예화 › 썩어 문드러진 다음에는 어떤 방부제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외수 | 2010.11.30 22:02:0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하늘을 날고 싶었는데 제가 닭이랍니다. 닭이기 때문에 날개는 있어도 날지는 못한답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닭들은 먹이가 땅바닥에 널려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날개가 고작 먹이를 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었던가요.

 

2.썩어 문드러진 다음에는 어떤 방부제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

 

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게으른 새는 어쩌자고 비 오는 날만 일찍 일어나는 것일까.

 

4.그대의 대소변을 대신 배설해 줄 수는 없어도 그대의 대소변을 받아서 화장실에 갖다 버릴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가족.

 

5.나는 각양각색의 메일을 받는다. 주례를 부탁하는 메일. 카드빚을 갚아 달라는 메일. 아기 이름을 지어 달라는 메일. 심지어는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게 해 달라는 메일도 있다. 이 분들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작가와 신을 동격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6.요즘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뜨인다. 자연은 집적거리지만 않으면 절로 녹색으로 성장한다. 문제는 인간이다. 어떤 식물보다도 푸르른 녹색으로 성장해야 할 젊은이들이 대부분 늦가을 낙엽같은 갈색으로 옴팍 시들어 있다.

 

7.지구상에 아픔 없이 꽃을 피우는 화초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찬란하게 인생을 꽃 피우기를 바라면서도 아픔은 철저하게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결국 플라스틱 가화로 실내를 장식하면서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된다.

 

8.가장 완전무결한 상태는 어느 정도의 결함과 어느 정도의 부족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9.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어느 재벌 총수가 말했다지. 백수들 기 죽이는 소리다. 세상은 돈이 있어야 넓게 여겨지고 할 일도 직업이 있어야 많게 여겨지는 법이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으면 제기럴, 방바닥이 세상의 전부고 컴퓨터가 할일의 전부일 뿐.

 

10.내가 자기에게 이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는 측근으로 행세하고 내가 자기에게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타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버릴 필요는 없다. 차라리 나를 평생 이용가치가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는 트레이너로 삼으라.

 

-이외수 트위터에서 http://twtkr.com/oi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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