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 위험한 키스

김동석 | 2006.01.02 08:10:3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조선일보 김동석 기자]

키스를 하고 싶다면 때와 장소, 그리고 특히 상대를 잘 가려야 한다. 31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벌어진 종합격투기 ‘K-1 다이너마이트’에 출전한 레슬러 출신의 나카오 요시히로(33·일본)가 강펀치의 소유자인 히스 헤링(27·미국)의 입술에 장난삼아 키스를 했다가 주먹에 얻어맞고 실신했다.

경기 직전 링 위에서 주심이 규칙을 설명하는 동안 두 선수는 얼굴을 가까이 붙인 채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진 보통 격투기 장면 그대로였다. 그러나 나카오는 주심의 설명이 끝나가는 순간, 기습적으로 입술을 쑥 내밀어 헤링의 입술을 ‘훔쳤다’.

격분한 헤링은 한걸음 물러나는 동시에 오른손 주먹을 전광석화처럼 상대의 왼쪽 턱에 꽂았고 무방비였던 나카오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바닥에 누운 나카오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항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완전히 쓰러졌다. 그 사이에도 헤링은 계속 자기 입술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자가 키스를 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종합격투기에서 경기 시작 전 상대를 ‘KO’시키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카오는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황당한 해프닝을 맞은 K-1대회 조직위측은 나카오의 상태를 살펴 재경기를 할 것인지 고심했으나 결국 헤링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그러나 헤링은 “나는 호모나 게이가 아니다”라며 “부당한 행동을 한 쪽은 나카오였다”고 주장,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동석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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