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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 2014.06.20 12:22:0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목사들의 망언과 신학적 단상

 

[1] 대형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목사들의 망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여지없이 망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총리 후보자의 망언이 공영방송에 보도되면서 기독교는 앞으로 욕을 또 먹을 것 같습니다.

 

[2] 흔히 우리는 이런 망언에 대해서 신학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고, 역사의식이 없는 몰상식한 일부 대형교회의 비극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그런데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어쩌면 우리들 대부분도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라지는 않았나요? '하나님의 뜻'이라든가,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은 여전히 대부분의 교회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3] 망언을 일삼는 목사들은 어쩌면 잘못된 신학으로 인한 잘못된 언행을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배워 왔고 알고 있던 정통적인 신학에 근거한 정통적인 언어를 구사한 것은 아닐까요? 즉, 그들은 (정통신학에 근거한)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정상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봤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망언을 한 목사들의 신학과 역사의식은 지극히 정상적인 기독교신학에 근거한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 대부분의 교인들에게 잘 먹혀들어 가고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4]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정상적이고 정통적인 신학이 이제는 이상하고 흉직한 신학이 되어 버려서 현시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신학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들끼리 주고 받았을 때에는 그리 이상하지 않았던, 심지어 은혜롭기까지 했던 기독교적 역사인식과 해석들이, 이제 공론장에 던져지고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면서 순식간에 많은 이들에게 민낯을 드러나게 되었고, 일반인들의 시선에 의해 쪽 팔리게 된 것은 아닐까요? 망언을 하는 목사들을 향해 우리들도 욕을 하지만 정작 우리들이 지난날 그들과 같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냐는 것이죠...

 

[5] 이제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공론장에 그 실체를 점차 드러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들이 그동안 얼마나 몰상식적이고 몰역사적이고 몰사회적이었는지를 비로소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동안 별 이상 없이 작동했던 신학들이 삐그덕거리면서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 신학이 되어 버릴 겁니다.

 

[6] 한편에서는 그동안 (정통)신학은 좋은 것인데,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목사들이 문제라며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변명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치 바다로 침몰하는 세월호처럼 이제 한국교회의 사회적 인식과 담론 수준은 기존의 신학으로는 구원하지 못할만큼 깊은 물 속에 빠져 있는 듯 합니다.

 

[7] 그래서 저는 막말하는 목사들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바로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그 모습이 바로 정확하게 그동안 우리들이 배웠던 신학이 만든 괴물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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