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공방쑥티일기12-14 › 키다리국화 안녕?

최용우 | 2014.08.04 12:19:0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쑥티일기695】키다리국화 안녕?

 

저의 책방 창문을 열면 콘크리이트 벽이 떡 하고 막혀 있습니다. 저는 7년째 벽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벽이 보기 싫어서 대청호를 배경으로 찍은 현수막을 만들어 벽을 가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비바람을 맞아 바래서 떼어버렸습니다. 그럭저럭 벽을 보며 사는 일도 적응이 되니 괜찮습니다.
담 위로는 학산빌라 3층 건물이 있고 베란다가 층층히 보입니다. 어떤 놈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다가 담배꽁초를 획 던져 제방 창문 밑에 떨어지곤 해서 제가 한번 학산빌라에 가서 난리를 쳤더니 그 뒤로는 담배꽁초는 사라졌습니다.
담 저편에 1층 할머니가 오이나 호박을 심어 담 넘오 오곤 했는데 올해는 꽃을 심었습니다. 키다리국화가 저쪽에 예쁘게 피었는데 창문 밖으로는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키다리국화꽃이 내 책방 창문 밖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그냥 그렇게 생각만 했거든요.
다음날 아침 창문을 드르륵 열었더니 거짓말처럼 키다리국화꽃이 창문밖에서 방끗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바람이 엄청나게 불더니 꽃대가 제 방 창문 쪽으로 비스듬히 쓰러졌나봅니다.^^  ⓒ최용우 20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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