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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목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209 추천 수 0 2002.03.18 18: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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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2. 바쁜 목사

매 주일 아침, 9시 30분에 첫종을 치고선 차를 타고 얼른 아랫말로 내려간다. 보건소 옆에 사는 안경순 할머니, 할머니를 모시기 위함이다. 연로하신데다 참으로 오랫동안 앓아온 당뇨병, 건강한 사람이 걸으면 잠깐인 거리지만 집에서 교회까지 할머니 걸음으로는 한시간 이상이 걸린다. 잠깐 걷다 쉬고, 또 잠깐 걷다 쉬고, 두어번 그렇게 걸어오시는 할머니를 뵙고선 할머니를 모시러 간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할머니네 마당은 아름다운 꽃밭이다. 꽃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가꾸시는지 철마다 예쁜 꽃들이 마당을 수놓는다. 방안에 들어가면 늘 자리에 누워계신 안갑순집사님. 언니보다 더 약해진 안집사님이 자리에 누워 있다. 낮과 밤이 바뀌어 대개는 깊이 잠들어 있곤 한다. 깨어 있을 때는 손을 잡고, 잠들었을땐 조용히 기도를 한다. 갈수록 약해지고 외로워지는 집사님인데 집사님 손은 늘, 아니 갈수록 따뜻하다.
"죄송해유. 바쁘신 목사님이 여기까지 내려오시니..."
할머니는 늘 죄송스러워 하신다.
목사가 교우들 일과 예배드리는 일로 바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런데도 송구스러워 하는 할머니를 보면 내가 송구스럽다.
할머니 눈에 '바쁜'목사로 비취는 나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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