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916. 목사님 저좀 살려줘유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916.목사님 저좀 살려줘유

 

보강지에 불을 지피던 아주머니가 마당을 나서려던 내게 다가와 눈물로 호소를 한다.
”도무지 못살겠어유. 너무나 고통스러워유.“
떨리는 입술, 온통 헝크러진 모습. 깜정이 묻은 얼굴로 줄줄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보니 목이 툭 부었다. 전에 없던 일인데. 사방 무너지는 것들. 무엇하나 잡을 게 없는 막막한 그의 삶.
홀로된 삶을 이기 고자 새로운 삶을 택했지만 그는 또다시 혼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어라 해야 할지 할 말을 찾지 못해 말뚝처럼 선 내가 스스로 딱하다.
”교회 문은 몇시에 열지유? 새벽 몇시에 가문 되나유?“
막막한 시간이 지나던 중 아주머니가 물었다. 죽으나 사나 하나님만 믿겠다구, 가서 실컷 울며 기도하겠다고 남은 가능성은 그것 하나뿐이라는 듯 교회 문 여는 시간을 물었다.
"교회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새벽 예배는 5시에 있구요.”
캄캄한 어둠속 뜻밖의 출구를 만난 듯 대답하는 마음속에 희미한 빛 하나가 뚫린다.
언제나 열려져 있는 교회 문이 그의 생에도 열려진 문이 되기를.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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