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잠자리는 날아가고

임의진 | 2008.11.17 22:38:5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그대 아는가. 잠자리가 자동차로 달려드는 까닭…. 햇빛에 반짝거리는 자동차가 마치 물 위에 반짝이는 햇빛처럼 보여 거기다 알을 낳기 위해 내려앉는 거란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게 잠자리뿐은 아니지만, 잠자리의 경우는 참말 안타까운 사연이 아닌가. 곡식이 익을 즈음이니 잠자리가 떼를 지어 비행 중인 요즘. 반찬 사러 읍내 다녀오는 길, 내 차로 잠자리 한 마리가 뛰어들어 목숨을 잃었다. 미안, 죄송 쩝쩝….

공룡이 살았던 때부터 이 땅별엔 잠자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런 고대의 생명체 잠자리가 고작 1769년 프랑스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생명체도 아닌 철물 조립기계 자동차에 치여 비명횡사해야 하다니.

마당에 나가 책을 읽고 있었다. 비행에 지친 잠자리 한 마리가 백일홍 나뭇가지에 앉아 쉬었다 가더라. 이 땅별의 본래 주인에게 나뭇가지는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고…. 전에 나는 이런 하이쿠 시 하나를 쓴 일이 있다. “자존심이란 어떤 감정일까. 공장 굴뚝 곁에서, 의연한 미루나무여.” 미루나무처럼 자존심 센 잠자리가, 가까이 광주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보다 더 멋진 선회비행을 마치더니 위풍당당 창공을 향해 날아갔다. 부디 자동차에는 뛰어들지 말고, 물웅덩이를 만나 알을 낳기를….

<글·그림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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