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야기2017년 예수님을 › 짜장면을 먹으며

최용우 | 2017.06.08 08:25:3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5809번째 쪽지!


□짜장면을 먹으며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정호승 詩<짜장면을 먹으며>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정호승 詩<서울의 예수> 중 일부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시 두 편을 적어봅니다.
세상이 아주 조금은 눈을 뜬 것 같아요. 이런 시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멀지 않은 시대에 이런 시 조차 숨어서 읽고 돌려보아야 했던 ‘검은 밤’의 시대가 조국 대한민국에 있었답니다. ⓒ최용우


♥2017.6.8. 나무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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