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꽃들은 제 때를 알고

이주연 목사 | 2017.07.18 23:49:1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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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십이 넘자 시를 쓰더니 시집을 냈다.
<꽃들은 제 때를 알고, 전혜영>
 
소싯적엔 문학하는 일이 화려한 글 장난 같아서
하지 못할 일처럼 접어두었다 하더니
화려한 수식이 잦아드니 글을 쓰기 시작한 모양이다.


기어코 회갑을 앞두고
시인인 살가운 후배에게 등 떠밀리 듯하며
도움을 받아 시집까지 낸 것이다.


오늘 바로 1월 19일
그의 회갑 일에 맞추어


“물수제비 뜨는 것처럼
가볍게 사는 게 좋은 게야
수면 위를 춤추듯이
마지막에 잦아들면 그만이지
지나간 자리 씻은 듯 사라지고
물 위엔 아무 흔적 없이
투명하게
그렇게 사는 거지


밝은 가을 햇살 받으며
물수제비 사라지듯
나 사라지기를
꿈꾸어도 좋으리”
-“물수제비”
 
“뼈 속 시리도록 추운 아침
문 열고 나서며
세 살배기 어린 딸이 하는 말


엄마, 겨울 냄새 참 좋지?


코끝을 찡긋하며 던지는
이 말 한 마디에
바람 견딜 만하고
세상이 살 만해진다”
-“겨울 냄새”


“보라, 저 들판의 꽃
한 무리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들판 전체에 어리는 따뜻한 기운
꽃들끼리는
더 예쁘다고
더 먼저 핀다고
시기하지 않는다
준비된 순서대로
하늘 향한 마음이 익어
기쁨 터지듯 봉오리 터지면
들판 가득 그들의 세상


꽃들은 제 때를 알고 있다”
-“꽃들은 제 때를 알고 있다”


이 자음과 모음은

그 자신의 삶이었기에

그저 잠자코 받아 묵상할 뿐이다. 


그리고 화려한 수식이 없어서

그의 시가 나도 그냥 좋다!


<이주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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