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 *solomoon의 1388번째이야기

손로문 | 2005.01.02 00:56:5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 내 마음 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 내려가다가

다시 읽어 보고는 더 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조각을 떼어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면 밤마다 떼어 내느라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고 마는 내 마음을.


2. 아침부터 소슬히 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 왠지 모를 쓸쓸함이 고여듭니다.

정말 이럴 때 가까이 있었더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할 수 있을 텐데....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쓸쓸한 일인가 봅니다.


3. 다른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그대를 우연히 보았던 날.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 지었습니다.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아무런 원망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몇 걸음 떨어져 그대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근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내겐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까르르 웃는 그대의 모습을

카페 창 너머로 훔쳐 보는 것이 내겐 또 더없이 큰 슬픔이었습니다.

아아, 그대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그날 내게 있어 가장 춥고 외로운 밤이었다는 것을.


4. 그렇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나 혼자의 일이구요.

그러니 그대가 마음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 혼자 그리워하다 나 혼자 괴로워하면 그만,

그대는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짐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슬며시 들킬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그대여,

나로 인해 그대가 짐스러워 한다면 그 자체가 내게는 더한 괴로움이기에

나 혼자만 그대를 사랑하고, 나 혼자만 괴로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는 그저 모른 척하십시오.

그저 전처럼 무덤덤하십시오.


5.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 가며 읽는 책, 아껴 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부치지 못한 다섯개의 엽서 / 이 정 하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문정희 / 이별 이후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이 와서 내 존재의 안쪽을 변화시켰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사라지고 멀어져 버리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의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이다.

시간의 위력 앞에 휘둘리면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우리들의 내부에 사랑이 숨어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였을 적이나 사춘기였을 때나 장년이었을 때나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해 지나간 이름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신경숙






















 

조은(Cho Eun) 슬픈연가


첫 번째 글은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두 번째 글은 데이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세 번째 글은 플라 님이 남겨주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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