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칼럼니스트No.1115]개가 된 늑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2)

김소희 | 2005.01.08 11:44:4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2004년 12월 26일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1편> : 1만 2천년 전, 늑대와 개의 운명이 갈리다.
<2편> : 우리는 닮은 꼴 영혼 - 사회성

서로가 필요해서 시작된 늑대와 인간의 만남을 유지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은 바로 늑대와 인간이 지닌 “사회성”이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부부)을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 상대적인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에게는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체계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예 : 그렇지 않다면 매번 마주칠 때마다 “네가 강하다, 내가 강하다”를 놓고 피 터지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늑대 새끼들은 어릴 때부터 놀이와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갖추게 된다.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회화 시기(socialization period)다. 강아지는 물론이고, 오늘날 야생 늑대들도 대개 생후 5-12주의 사회화 시기 동안 인간의 손에 길러질 경우, 성장 후에도 인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애착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그 옛날 인간에게 사로잡힌 새끼 늑대들은 자연스레 인간을 자신의 무리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인간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인간과 음식을 나눠먹고, 같이 신나게 놀고, 같은 영역을 공유하고, 함께 주변 지역을 순찰(즉 산책)하는 등의 모든 생활이 늑대의 생활과 거의 흡사하다.

이 최초의 만남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어머 현상(aw phenomenon)’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바로 어린 늑대들의 생김새 덕분이다. 해부학적으로, 인간의 갓난 아이를 비롯한 모든 포유동물의 새끼들은 전체 몸에 비례해 더 커다란 머리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이마도 넓고 “손발”도 더 크고, 눈과 눈 사이는 더 많이 떨어져 있다.

바로 이런 귀여운 생김새들과 어눌한 움직임, 낑낑거림 소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머~이뻐라”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끔 하는 동시에, 그 대상을 보살펴주고 싶다는 양육 및 애정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바로 이 반응 덕택에, 무력하게 태어난 어린 포유동물들은 성숙할 때까지 어른 동물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성숙한 개체들은 이들을 무사히 길러냄으로써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수많은 유전인자들을 성공적으로 후세에 남기게 된다.

최초의 만남에서도 인간은 저도 모르게 늑대 새끼들의 어눌한 생김새와 행동에 보살핌의 임무 및 욕구를 느꼈을 것이고, 점점 더 이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길거리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는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충동구매는 금물!)

- KTF 드라마클럽. 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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