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칼럼니스트No.1116 ]투명하지 않으면

박강문 | 2005.01.08 11:49:4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2004년 12월 27일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이런저런 웹사이트에 사람들은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가 본다. 또 물건을 사거나, 돈을 빌리려고도 들어간다. 그런데, 가보면 쭉정이 정보가 적지 않다. 정작 알고 싶은 알맹이는 빼 놓으니 무엇을 알리겠다고 사이트를 차려 놓았는지 아리송해진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대학과 학과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할 때, 손쉬운 방법은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어느 학과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거기서 공부한 뒤 진로는 어느 방향인지 어떤 교수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곳들도 있고, 교수 소개하면서 학력 사항만은 웬 일인지 빼 놓은 곳들도 있다. 교수가 어느 대학과 대학원에서 무엇을 전공했는가 하는 것은 학자의 학문적 역정을 잘 알려 주는 가장 핵심적인 정보다. 교수들의 출신교와 전공 분야 분포로 그 학과의 전통과 분위기를 짐작할 수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 사회에서 학력을 덮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인터넷 상거래가 보편적인 거래 형태로 자리잡았다. 매매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론상으로는 사무실이나 점포가 필요 없다. 그렇다 해도, 현실적인 주소가 사이트에 밝혀져 있어야 구매자는 마음을 놓는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돈이 궁한 이들이 많은데, 요즘 전자우편함에 가장 많이 몰려드는 스팸 메일이 대금업자들의 것이라는 데서도 세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메일이 이끄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사무실 위치를 밝혀 놓지 않은 곳이 많다. 잠재 고객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도 소재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돈을 빌린 이가 갚으려고 해도 갚을 수 없게 이리저리 피하면서 이자만 늘어나게 한다는 악덕 업자의 패악이 가끔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언가 투명하지 않다면 그 만큼 믿음이 덜 갈 수밖에 없다. 알맹이가 빠진 정보는 불신을 불러오기 쉽다.

- 벼룩시장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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