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칼럼니스트No. 1123] 모든 개는 다르다

김소희 | 2005.01.08 12:15:1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2005년 1월 8일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우리는 과학을 통해,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마치 타고난 본능에 따라서만 즉, 선천적으로 획일된 패턴대로만 행동하는 존재인 것처럼 배웠다. 그러나, 뉴스나 오락 프로그램 등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앵무새, 담뱃불만 보면 온 몸을 던져 불을 끄는 개, 쥐와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고양이, 목숨을 구해 준 주인에게 은혜를 갚은 멧돼지 등, 독특한 성격이나 행동, 능력 등을 보이는 동물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심지어는 사람과 한 집에 살면서 마치 애완견처럼 행동하는 사자나 치타 등 맹수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우째 이런 일이!?” 하고 궁금증을 가져보진 않았는지?

많은 과학자가 동물도 사고능력과 감정이 있으며,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능력과 개성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동물행동학 박사 패트리샤 멕코넬은 동물들의 독특한 성격, 행동, 능력은 “유전인자”와 “환경(경험)”간의 독특한 배합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 환경 즉 경험을 체득하는 시기 중, 전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사회화 시기다. 사회화란 단어 그대로, 속해 있는 집단 및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 사회가 허용하는 지식, 행동양식 등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뜻하는데, 개의 경우는 생후 5-12주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간 개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했느냐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습성 및 성격을 지니게 된다. (물론 사회화란 전체적인 삶을 통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 시기 동안 다른 개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못한 채 사람만 접하고 산 개들은 올바른 정체성 확립에 실패하게 된다. 즉, 자신이 개인지 사람인지 혼란스러워하는(혹은 사람을 개라고 생각하는), “정신적인 잡종(mental hybrids)”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요즘 공주암/왕자암에 걸린 개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후 5-12주 동안, 사람(때로는 고양이를 비롯한 다른 동물)과 친밀한 관계를 성립한 개들은 나머지 여생 동안도 사람(때로는 고양이를 비롯한 다른 동물)과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된다. (고양이가 쥐와 사이좋게 지내는 사례들도, 바로 이 사회화 시기에 쥐는 “사냥감”이 아니라 “친구”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시기를 잘 못 보내면 훗날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영구적인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를 “결정적 시기(임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처음 언급한 독특한 사례들도 어느 정도 사회화 시기로 설명될 수 있다. 인간보다 열등한,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 KTF 드라마클럽. 200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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