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칼럼니스트No.1009] '칸'을 흔든 코리아 열풍

김동호 | 2004.06.03 17:28:3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칸'을 흔든 코리아 열풍

김동호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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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 되면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 칸은 영화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드뷔시극장에서 마르티네스호텔에 이르는 크로와제트 해변거리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영화인과 관객들로 발붙일 틈이 없고 경쟁영화가 상영되는 뤼미에르극장 주변에는 붉은 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스타들을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칸영화제는 그 규모와 권위에서 세계 정상이다. 모든 나라의 감독과 배우들은 누구나 한번쯤 뤼미에르극장의 붉은 카펫을 밟기를 소망한다.그러나 해마다 제작되는 수천편의 영화 중에서 20편 안팎으로 선정되는 칸영화제의 본선 경쟁에 뽑히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 영화의 경우 지난 84년에 처음으로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칸에서 선보였지만 본선인 경쟁에 오른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초였다. 그리고 2년 후 임 감독의 ‘취화선’이 두번째로 경쟁 부문에 선정됐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칸영화제의 벽은 높았다.

23일 막을 내린 제57회 칸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가 돌풍을 일으켰다. 역사상 처음으로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나란히 경쟁 부문에 선정됐고 ‘올드 보이’는 2등인 심사위원대상, 그랑프리를 탔다.

칸영화제의 마켓은 아메리칸필름마켓(AFM)ㆍMIFED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시장을 형성한다. 올해 칸마켓은 8,500여명, 2,500여편 참가라는 기록에 비춰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오히려 전에 없이 높았고 부스를 차렸던 한국영화사들은 많은 실적을 올렸다.

현지언론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특집을 게재했다. 아시아영화도 강세였다.

경쟁에 오른 18편의 영화 중 6편이 아시아 영화였고 ‘올드 보이’의 그랑프리 수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홍콩 장만옥)ㆍ남우주연상(일본 야기라 유야)ㆍ심사위원 특별상(타이 트로피칼 맬러디) 등 주요 상을 아시아영화가 독식했다. 칸에서의 한국영화ㆍ아시아영화의 약진이 구미 지역으로 확산돼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서울경제신문'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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