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족글방 › 섶- 예술의 비범 평범의 예술

Navi Choi | 2023.05.28 07:48:4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아릿한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왼손잡이에다 얼금뱅이 장돌림 허 생원이 젊었을 때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성 서방네 처녀와의 밀회, 근본도 없이 못된 부랑아의 악행이라기보다 가엾은 장돌뱅이에게 준 운명처럼 보인다. 루저라고 추억조차 무시하면 안 된다. 이 소설과 같은 감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2007, 커스틴 쉐리단 감독)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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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루이스와 촉망받는 첼리스트 라일라는 첫 만남에서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나 그들에게 두 번째 만남은 허락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라일라는 성 서방네 처녀처럼 임신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조산을 하는데… 라일라의 아버지는 사산하였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기는 보육원에 보냈다. 운명이라면 기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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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름은 에반 테일러, 11살의 에반은 놀라운 음악 재능을 가진 아이이다. 음악을 통하여 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에반은 뉴욕 꽃제비들의 대부 위저드에 의하여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고 어거스트 러쉬로 불린다. 음악에 이끌려 우연히 들어간 교회를 통하여 줄리아드음악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던 중 특별연주회 지휘를 맡는다. 라일라를 놓친 후 음악의 열정을 잃어버리고 사업가로 변신했던 루이스가 이 무렵 뮤지션의 자리로 돌아오고 희망 없음의 삶을 살던 라일라도 아들의 존재를 11년 만에 알고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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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되는 소년 어거스트와 태생의 이유도 모르는 왼손잡이 장돌림 동이가 겹친다. 모두 부자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아무나 예술에 재능이 있지도 않다. 은총을 받은 자는 감사한 줄 알고 값지게 사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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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사람만 느끼는 예술은 기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을 만들지 못하는 천재성은 부끄러움이 된다. 그런 천재성이 없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인생은 비범성보다 평범함에 기반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어거스트가 이룰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시대 동이들의 희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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