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족글방 › 가뭄

이신자 | 2014.07.25 14:08:3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가뭄

 

긴 태양의 입김이 무섭게 쏟아진다
대지를 향해,
90년 만이라고
100년 만이라고
어떤 이들의 입과 가슴을
가볍게 찌그러트리고 있다

농부들 망연히 하늘을 바라본다
이젠 잡초 조차 드문지 가슴만 뜯어내고 있다

물들의 오지
자라등 같은 손이 눈물을 더듬지만 잡히지 않는다
벌어진 노인의 입속에선
무언가 무언가
기도가 되지 못한 갈증이 새어 나온다

오후의 끝
이 곳에선
기다림의 한켠도 물의 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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