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자료공유 › 얼레빗2577. 오늘은 처서 내 마음도 포쇄해볼까

얼레빗 | 2013.08.25 08:20:2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얼레빗2577. 오늘은 처서 내 마음도 포쇄해볼까?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이 시는 박노해 시인이 쓴 <가을볕>입니다.  오늘은 처서, 24절기 가운데 열넷째이지요. 흔히 처서를 말 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인 것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들린다고 하는 참 재미있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선비들은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립니다. 포쇄하는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포쇄(曝)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건(陰乾) 그늘에 말리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농부들은 곡식이나 고추를 말리고, 부녀자들은 옷을 말립니다. “건들 칠월 어정 팔월”이라는 말처럼 잠시 한가한 농촌에서는 처서 때의 포쇄가 중요한 일이었지요. 그럼 우리도 지난여름에 푹푹 젖은 마음을 남은 땡볕에 포쇄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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