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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사람이 변할까? 이 질문은 오랜 나의 고민이다. 머리로는 변한다고 주장하고 마음은 변화를 믿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물론 사도 바울이나 어거스틴같이 급작스러운 변화를 체험한 전설적인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소수가 누리는 혜택이고 다수는 별로 변화 받지 못한다. 누구나 사도 바울이나 어거스틴 같이 변화될 수는 있겠지만, 팩폭을 하자면 대부분은 그 근처도 못 가는 것이 확실한 현실 아닌가?
목회자, 신학자, 장로, 집사 모두 그간 만나본 이들을 보면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인격이고 딱히 비기독교인들보다 나은 면이 있지는 않다. 정말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는 소수일 뿐이다. 기도를 많이 하고 성경 공부를 많이 해도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종교적 틀이 강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목사가 된다 해서, 신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딱히 사람이 변하지도 않는다. 옷만 직업만 변할 뿐이다. 구조적으로 악을 은밀하게 행할 기회가 많아지면, 신앙인도 비신앙인과 똑같이 죄를 짓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만난 다수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내 경험과 비슷하다. 아무리 목회에 애를 써도 성도들은 변하지 않는다. 성도들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회자가 상처를 받는다. 사람은 성인이 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간 겪어본 교회도 교회 기관도, 선교단체, 기독교 교육기관, 모두 그냥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지 딱히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니까 남다르게 거룩하거나 빛이 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그간 경험으로 보면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듯하다. 아마 이런 현실 때문에 사람들의 실망이 큰 듯하다.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큰 것이다.
공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춘추시대 혼탁한 세상에서 세상을 떠나 살던 걸닉이 세상을 바꾸고자 애를 쓰는 공자의 제자 주유에게 말했다.
“온 세상이 물처럼 거세게 흘러가는데 누가 감히 고칠 수 있단 말이냐?“
주유는 이 말을 공자에게 전했다.
공자는 온 세상의 질서를 바꿀 수 없음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인간이 그렇다고 날짐승과 길짐승과 더불어 살 수는 없지 않나? 세상이 엉망이고 바꿀 수 없다 해도 인간은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지 혼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쳐지던 안 고쳐지던,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세상의 질서를 잡으려 애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세상이 변할 것이란, 혹은 한국교회가 우리의 기도나 성경 공부를 통해 속히 개혁되리란 희망 고문을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나라 기독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던 안 불던, 그건 내가 알 길도 없고 알 바도 아니다. 다만 나는 더불어 살면서 질서를 잡으려고 몸부림칠 뿐이다. 그것이 내 도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주인이 화분에 심어진 나무에 물을 주고 해충을 잡아주며 보살피면서 나무를 종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도 그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일주일, 한 달 계속 보살피다 보면 나무가 어느새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신앙이 자라나는 것은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 단기간에 관찰되지 않는다. 아마 10년에 1㎝가 자란다고 보면 될 듯하다. 콩나물처럼 팍팍 자라면 좋겠지만 그건 예외적인 소수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변화가 느린 것에 답답하고 속이 터질 일이라 느끼면, 그건 오히려 조급증의 문제인 듯 싶다.
변화는 온다. 다만 느려서 단기간에 관찰하기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기대 없이 하루하루 내 일에 충실할 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백하자면 나의 인격적 영적 성장 속도도 느리다. 느린 것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단순 나이만 먹는다고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데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나는 확실하게 성장했다.
돌이켜 보면 예전보다 덜 비교하고, 예전보다 나는 나에게 덜 가혹하다. 일주일 전, 한 달 전과 비교한다면 난 전혀 변하지 않았다. 때론 더 나빠져 있다. 그러나 바른 방향을 바라보고 꾸준히 애를 쓸 뿐이다. 성장은 분명히 나타난다. 느리다고 속이 터져 한다면, 고쳐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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