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묵상나눔 › 우는 자들과 함께

Navi Choi | 2023.06.22 08:00:1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우는 자들과 함께
로마서 12:9~21
.
바울이 전하는 메시지가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에서 어느새 따뜻하고 넉넉한 권면으로 바뀌어졌습니다. 선생의 확신에 찬 딱딱한 논리가 자애로운 아비의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로마서를 연구하는 성경학자들은 로마서를 둘로 구분하여 앞부분(1~8장)은 ‘의로워지는 길이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믿음에 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뒷부분(9~16장)에서는 ‘구원 얻은 신자의 삶과 윤리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
등산하는 이들은 자기 등에 진 짐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산에 오르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합니다. 진리의 순례자는 바른길을 재미있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같은 원리입니다. 바른길, 힘들고 좁더라도 그 길을 걷는 기쁨이 있습니다. 굳이 네덜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1872~1945)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생은 즐겁고 재미있어야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생관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성공했다면 즐거워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12:15a)에 의지하여 기쁨을 배가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바르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실패하여 슬픔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야말로 “우는자들과 함께 울‘ 때(12:15b) 입니다. 연약한 인간의 죄성 때문에 슬퍼하는 경우도 위로자가 필요하지만 당당하게 살았는데도 울어야 할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이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보니 불의한 자들이 득세하고 의로운 이들이 고난을 겪는 일이 있고, 큰 죄를 지은 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비하여 작은 잘못에 너무 큰 징계를 받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야말로 곁에 서 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로 끌려간 일은 할머니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미투운동이나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행한 시대의 이상한 나라일수록 곁에 서서 손을 잡아주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오늘 내가 다른 이의 안타까운 슬픔에 연대하면 훗날 내 곁에 서줄 벗들이 생깁니다. 정직한 B 학점이 부끄러운 A 학점보다 훌륭합니다. 바른길을 버거워하거나 그른 길을 재미있게 가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등산가가 등에 진 무거운 짐을 짐스러워하기는커녕 즐거워하듯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도 그래야 마땅합니다. 미술에서 그리스도의 별명은 ‘슬픔의 남자’입니다. 그는 슬픔의 주인공이며 슬픔이 있는 곳에 위로자로 함께 계십니다.
.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12:20). 이 말씀은 바울의 말이 아니라 주님의 가르침입니다(눅 6:27). 이 말씀이야말로 오늘 우리 민족의 평화와 일치를 여는 키워드입니다. 우리는 73년 전에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며 피차 상처를 주고받았습니다. 정전협정 후 70년이 지났지만, 평화의 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이들이(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이 펼쳐갈 세상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현존하는 질서의 힘과 기득권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 하나님 나라는 점점 멀어집니다. 이런 집단을 교회라고 부를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삶과 믿음의 기초가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길을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에게 반석이신 주님의 안전 보장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였다면 그 자체가 즐겁듯 성공과 실패를 떠나 삶이 재미있기를 빕니다. 무거운 삶을 버텨낼 믿음을 주십시오. 나쁜 신앙은 삶을 힘들게 하고 바른 신앙이 삶을 즐겁게 합니다.
.
찬송 : 311 내 너를 위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Ay2vm6I8pZY
.
.
사진은 1950년 8월 28일 학동리전투에서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인을 위로하는 장면(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355489271_9445887595452445_4877327036520136459_n.jpg

 

첨부 [1]

댓글 [1]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