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묵상나눔 › 분배의 정의

Navi Choi | 2023.05.11 10:16:5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분배의 정의
민수기 26:52~65
몇 년 전에 교단 목회자들 30여 명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유럽의 역사 문화 현장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나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여정이었는데, 특히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뉴윙턴 묘지에서 존 로스(1842~1915)와 마주한 것은 큰 감격이었습니다. 그는 100년 전 땅에 묻혔지만 나는 그의 묘지석을 꼭 끌어안고 울컥거리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는 살아있는 자와의 대화보다 진지하였다. 나는 평소에도 그와 그의 선교부에 의하여 네 명의 조선인에게 최초의 세례가 이루어진 1879년을 한국 기독교의 원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 선교사와 미국교회가 중심이 된 한국교회사는 윌리엄슨과 로스와 맥킨타이어 등 스코틀랜드 선교사와 이들에 의하여 복음을 수용하고 그들보다 더 헌신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운 백홍준, 이응찬, 서상륜, 이성하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조선인 헌신자들에 의하여 1882년 마침내 하나님은 우리말을 하실 수 있었고 그렇게 번역된 성경은 개나리 봇짐에 숨겨 국경을 넘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외면하고 한국교회와 교회 역사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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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의 묘역을 방문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안내자가 과일을 큰 광주리에 담아왔는데 이때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저마다 선호하는 과일이 달랐고, 조금 더 가지려는 욕심도 작용하여 과일 광주리 앞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애초에 적당히 몫을 지어주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거룩한 목사님들도 물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남은 일정이 원만하려면 누군가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분 목사님들과 저녁마다 짧은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그래도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차 앞자리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분은 여전하였고, 매사 잘난척하는 이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목사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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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들어갈 가나안 땅은 옥토도 있었지만 척박한 땅도 있었습니다. 그런 땅을 분배하는 일이 여간 난처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땅은 사람 수에 따라서, 그들의 유산으로 나누어 주어야 한다. 사람이 많으면 유산을 많이 주어야 하고, 사람이 적으면 유산을 적게 주어야 한다. 유산은 등록된 사람 수에 따라서, 각기 나누어 주어야 한다. 유산으로 받는 땅은 오직 제비를 뽑아 나누어야 하고, 그들은 그것을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지파의 이름으로 물려받아야 한다“(26:53~55 새번역). 하나님이 제시한 원칙은 인구수에 비례하여 땅을 나누되 제비를 뽑는다는 원칙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분배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탐욕스러운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에서는 분배의 정의가 지켜지지 않습니다. 힘 가진 자가 많은 것을 차지합니다.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케다 가요코)에 의하면 마을의 부 가운데 49%는 한 사람이 차지하고, 50명의 가난한 사람은 1%만을 차지합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가장 나쁜 점은 ‘자본주의, 그 다음’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도 이에 오염이 되어 초대교회가 보였던 공생의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이라는 강제 행위를 통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민주주의의 보편화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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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 지파는 따로 분깃이 없이 종교 제의에 헌신하는 분깃을 받음으로 땅 분배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십일조로 생활하였고 각 지파로부터 48개 성읍을 얻어 삶을 이었습니다. 레위인으로서는 자신에게 십일조의 분깃을 나누어주는 백성이 고마왔고, 백성으로서는 자신들을 위하여 봉사의 수고를 마다않는 레위인의 존재가 여간 다행한 게 아니었습니다. 분깃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았고, 제 것을 나누어주는 일로 속상해하지 않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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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힘을 가진 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사회적 약자의 외침은 묻히고 있습니다.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어 누구라도 품부된 삶을 복되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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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359 천성을 가는 성도들아 https://www.youtube.com/watch?v=wqhTqVpk5T4
2023. 5. 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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