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족글방 › 정지선

이신자 | 2014.07.27 23:57:0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정지선

 

그냥 돌아 왔습니다

보고 싶다, 단 하나의 이유로
자동차를 열고서 무작정 떠났었지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몇 개의 방향이 본능처럼 지나쳐지고
문득 내 안의 또 다른 기억들에게 놀라고 말았었지요

그 저수지 모퉁이가 보일 때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 몫의 당신은 이제 저수지물가 작은 패랭이꽃으로도 남겨질 수 있음을

산책하고 난 후의 한 모금 갈증처럼
당신 몫의 기다림은 집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때론 사람들 속에서 지치고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조용히 밤이슬처럼 구겨지며 세월이 지나 갑니다

다시금 나는 정지선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그리움의 신호들이 정지선 앞에서 시작된 건 아니겠지요

그곳에 가면 나는 번 번히 당신을 잊습니다
심지어는 당신 밖의 당신을 잊고서 조용한 중얼거림 속만 뒤적이곤 돌아오지요

내안에 있는 무수한 종류의 파란불 앞에서, 나는
정지선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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