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그냥 돌아 왔습니다보고 싶다, 단 하나의 이유로 자동차를 열고서 무작정 떠났었지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몇 개의 방향이 본능처럼 지나쳐지고문득 내 안의 또 다른 기억들에게 놀라고 말았었지요그 저수지 모퉁이가 보일 때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내 몫의 당신은 이제 저수지물가 작은 패랭이꽃으로도 남겨질 수 있음을산책하고 난 후의 한 모금 갈증처럼당신 몫의 기다림은 집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요때론 사람들 속에서 지치고 누군가에게 이끌리고조용히 밤이슬처럼 구겨지며 세월이 지나 갑니다다시금 나는 정지선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세상 모든 그리움의 신호들이 정지선 앞에서 시작된 건 아니겠지요그곳에 가면 나는 번 번히 당신을 잊습니다심지어는 당신 밖의 당신을 잊고서 조용한 중얼거림 속만 뒤적이곤 돌아오지요내안에 있는 무수한 종류의 파란불 앞에서, 나는정지선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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