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묵상나눔 › 나귀의 눈과 선지자의 눈

Navi Choi | 2023.05.04 08:24:4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나귀의 눈과 선지자의 눈
민수기 2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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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경을 읽을 때 나름의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읽자’는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 성경읽기’가 맹목적 문자주의, 또는 기계적 영감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본문 앞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일이 하나님을 향한 대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이해와 납득의 이성적 존재로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성경을 ‘무조건 믿자’는 시도야말로 사람을 인격적으로 지은 하나님에 대한 불경이자, 기독교를 우민화하고 미신화하는 사탄적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기독교의 위기는 교회에 의한 지성 결핍이 만든 결과입니다. 교회가 다시 생명력 있는 복음을 구현하려면 지성의 회복을 통한 영성과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마땅합니다. 복음은 맹신이나 미신의 종교가 아닙니다. 이해하고 납득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설복당하여 하나님의 초월과 내재에 터한 구원 세계에 이르는 진리의 가치 체계입니다. 다소 불경스러운 질문조차도 이런 성경읽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해하지 못하는 말씀은 학문의 발전을 통하여 이해할 날이 오리라 기대하고, 오늘 깨닫지 못하는 말씀은 훗날 깨닫게 될 날이 이를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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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이 아침에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모압의 고관들을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행위를 하나님께서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가 길을 나서는 것 때문에 하나님이 크게 노하셨다”(22:22 새번역). 그래서 주님의 천사가 발람의 대적자가 되어서 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물론 발람은 이를 보지 못했고, 도리어 미물에 불과한 나귀가 이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 발람의 발행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입니다. 하나님은 전날 밤에 발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왔으니, 너는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가거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하는 말만 하도록 하여라”(22:20 새번역). 발람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길을 떠났을 뿐인데 이 행위가 하나님의 진노를 샀다니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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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성경해석자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들은 발람의 마음에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전제합니다. 하나님의 허락을 받은 길이지만 발람에게는 재물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에 하나님께서는 이를 주의하기 위하여 그 길 앞에 여호와의 사자를 보내 칼을 빼어들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일면 그럴듯한 해석이기는 합니다만 발람의 속심이 하나님의 의도와 달랐다는 언급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리송하여 거울을 보는 것처럼 희미하지만 언젠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볼 날(고전 13:12)이 이르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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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나귀가 보는 것을 선지자 발람은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오늘도 그렇습니다. 이광수는 1917년 <청춘>을 통하여 당시 교회의 부패와 한계를 보았지만 교회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교회의 계급주의와 교회주의와 목회자의 무식함과 미신적 신앙을 지적하였습니다. 당시는 복음이 들어온 지 40년도 안 된 시점이었고(나는 1879년을 한국 기독교의 기원으로 봅니다), 기독교 인구는 1% 미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지성인의 눈에 드러난 교회의 문제점을 교회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교회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을 깨워야 하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경종을 듣는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이들이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슬픕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수치와 한계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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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의 한계와 수치를 알고 묵묵히 제자의 좁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복 주시기를 빕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의 희망이며 교회의 기둥입니다.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저를 붙잡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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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325 예수 따라가며hhttps://www.youtube.com/watch?v=t9PtqaEAL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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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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