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어머니

서임중 목사 | 2003.05.13 18:11:4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엄마. 엄마아..."
요즈음 들어 왜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지만
"엄마"라고 부르다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울어버리고 마는
어린아이가 되는 목사의 가슴에 강물이 흐릅니다

어머니!

   어릴 때 쌀밥 달라고 졸라대던 어린 것 품에 안고 종가집 마당에서 쌀 밥 한 그릇
   얻어 들고 돌아와 명태 두 마리 구워 한 숟갈 한 숟갈 입에 떠 넣어 주시면서
   그렇게 좋아하셨던 분이 어머니였습니다.

   발에 종기가 나서 걸음을 걷지 못할 때 김치를 입에 빨아 종기에 대고
  "엄마가 붙이는 모든 것은 명약이다"라고 입으로 후후 부시면서 다독거려 주시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20리 길 고무신 한번 못 신고 학교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학교 가기 싫어하는
   어린 것 등에 업고 흥얼거리면서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몸에 신열이 나서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달아올라도 춥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앓고 있던 때 이웃집에 가서 아스피린 한 알 얻어 부엌 가마솥에 물을 끓여
   후후 불어주시면서 약 먹여 주시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풋풋한 사과를 먹고 배아파 아랫목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내 손이 약손이다. 엄마 손이 약손이다."하면서 배를 쓸어 문질러 주실 때
   희한하게 아프지 않고 잠이 들게 하셨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설날이 되면 이웃 부자집 아이들은 때때옷 입고 세배 다닐 때
   묵은 헌옷 입고 세배하는 것이 속상해 정월 초하룻날 들판으로 연 날리러 갔다가
   돌아온 어린 것을 치마로 감싸안고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듯 돌아서서 눈물짓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100점 시험지만 들고 오던 것이 어쩌다가 94점 짜리 시험지 들고 사립문을 들어서는
   어린것을 방안으로 들여주지 않고
  "이놈아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훌륭한 사람이 되겠니?"라고 회초리로 모질게
   종아리를 치시고 우시다가 저녁에 잠든 아들 부풀어 오른 종아리 쓸어 만지면서
   눈물짓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나이 들어 목사가 되었을 때 잠 못 자는 것이 안쓰럽게 보이시고,
   소견 좁은 교인들에게 이리 저리 시달리는 것 속상해 새벽까지 아들 머리맡에 앉아
   기도하시면서 성경을 눈물로 적셨던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세상을 마무리하실 때
  "교회의 에미 같은 늙은이들은 모두 목사의 에미야. 알아듣겠는가?"라고
   마지막 말씀 남기시고 조용히 천사 같은 모습으로 눈을 감으시고 천국으로 가신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5월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머니입니다.
   끝없이 베푸시는 어머니의 사랑,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멈추지 않는 샘물처럼,
   어머니 마음의 사랑은 그랬습니다.
  
   5월을 맞으면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아내를 보면서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철없기만 했던 어린 시절,
   그저 투정부리고 어머니 속만 태웠던 날들이 생각나면 자꾸만 슬퍼지고 속상합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많은 성도들에게 어머니 같은 목사로 목양 해야지....
   그러면서 벌써 강산이 두 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요즈음 자꾸만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늦은 밤, 서재에 앉아 묵상하다가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어머니를 불러보는 시간은
   어린아이가 됩니다.

  "엄마. 엄마아..."
   요즈음 들어 왜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지만
  "엄마"라고 부르다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울어버리고 마는 어린아이가 되는
   목사의 가슴에 강물이 흐릅니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이것이 약속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에베소서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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