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엇이든 › 별과 같은 사람

1653 | 2003.02.25 09:24:0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호주에 있는 딸아이가 닷새 동안 학교 캠프를 떠나게 되었다.
    숲속에서 지내게 될 생각에 들떠 수선을 피우며 신나게 떠드는 아이에게,
    나는 나침반과 호루라기를 걸어 주며 말했다.

     "만약 길을 잃거든,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호루라기를 불어
    네가 선 위치를 알려라.
    그래도 무서우면 하늘을 보고 남십자성을 찾아봐.
    별을 찾아서 네 위치를 확인하고 나면 덜 무서울 거야."

     호주 하늘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남십자성은 내가 아이들에게 일러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별자리였다.
    별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한 동경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여름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반짝이는 별빛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끈이
    툭 풀리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오래 사귄 친구보다 더 쉽게 마음을
    열어 주는 마력이 별에는 담겨있는 것 같다.

    며칠 전 창세기 1장을 주의 깊게 읽어 가다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created) 만드신(made) 것이 다른 동사로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을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그 중에 별은 창조된 작품이 아닌 만드신 작품이다.

     큰빛 태양과 작은 빛 달을 창조하셔서 낮과 밤을 감당하게 하신 후
    하나님은 왜 다시 별을 만드셨을까?
    이런 궁금증이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대로부터 별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미리 감지하게 하는
    하나의 사인이 되어왔다.
    동방박사 세 사람을 아기 예수께로 인도한 별빛처럼 말이다.

     그런데 해와 달이 제 빛을 발하고 있는 동안에는
    별을 보며 빛을 가늠할 수 없다.
    해와 달이 빛을 잃은 순간, 방향을 알려 줄 그 어느 것도 없는 순간,
    마지막으로 올려다보게 되는 것이 별이다.

     전기가 주는 빛의 혜택, 원시적인 불빛의 그림자마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내가 선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별인 것이다.
    살다 보면 이렇게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듯한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해아래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던 때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어둠의 순간.
    모두들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어둠 내린 놀이터에 홀로 남아 있는 것 같은 적막한 시간이 누구에게나
    한두 번은 오게 되어있다.

     그 어둠의 순간에 필요한 사람, 함께 나의 어둠을 나눠 줄 사람,
    무섭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 묵묵히 함께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별과 같은 사람이다.
    우리에겐 이 별과 같은 존재가 꼭 필요하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사람을 바라봄으로써 내 위치를 확인하고,
    이 어둠이 언젠가는 새벽의 빛으로 바뀌리라는 확신을 주는 별과 같은 존재가.

    그런데 "누구에게나 별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홀로 어둠에 남겨져 있을 때
    내가 그 사람에게 별이 되어 줄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내 존재는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 주는 일,
    지친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아 주는 일,
    이해의 눈길로 묵묵히 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
    이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에게 한순간 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여덟 명이 한 조가 되어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해결하고 직접 화장실도
    만들어야 한다는 딸아이에게 나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되도록이면 힘들고 어려운 일, 하기 싫은 일은 꼭 네가 해라.
    네가 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도 틀림없이 하기 싫은 일이니까.
    불평하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도 불평하고 싶겠구나"
    생각하고 끝까지 참으면 서로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작은 불편을 말없이 감당함으로써, 작은 수고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우린 다른 사람에게 작은 별이 되어 줄 수있다.
    드러나지 않는다 한들, 큰 빛에 묻힌다 한들 어떠하랴.

     별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임을.
    때론 남의 빛에 내 길을 의지하기도 하고 때론 내 빛을 남과 나누면서,
    그렇게 서로가 가는 길에 힘과 의지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해와 달의 큰 빛을 만드신 후에
    작은 별들을 밤하늘에 흩뿌려 두신 이유는 아닐까?

     아주 작지만 영롱하게 반짝이는 그 빛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려고 말이다.
    어둠 속에 우러러 볼 별과 같은 이가 있는 삶,
    또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별이 되어 주는 삶.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이다.

     <가이드 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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