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족글방 › 아님 말고....

김요한 | 2023.02.12 10:32:1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님 말고면 다 끝나는 것인가?]
1. 얼마 전 저를 아주 좋아하는 국문한 전공 교수님 한 분이 다른 교수님께 전화로 제 소개를 하면서 '시간 내서 바이블에센스를 들어보라'고 권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개를 받은 교수님이 인터넷에서 저를 검색해보니까 '이단 시비' 기사들이 뜨는 것을 보고 뜨악해서, 오히려 저를 소개해준 교수님께 역으로 '김요한이란 사람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더랍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꽤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2. 몇 해 전 장로교 두어 개 교단에서 제게 이단 누명을 씌우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중 한 교단은 제가 45년을 몸담았던 교단이었습니다.
당시 제게 이단 시비를 건 교단이 내건 명목상의 이유는 '제 기도 스타일'에 대한 것이었지만 실제 이유는 정치적인 것 때문이었음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비밀입니다.
극단적인 우익& 근본주의 신학 성향을 띠는 교단의 일부 목사들이 평소 제 정치적 성향에 대해 고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가 기도 문제가 불거지니 때는 이때다 싶어 교계에서 매장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3. 하지만 결국 이단 시비 문제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결론이지요.
가장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소위 정통 교리를 굳건히 신봉하는 저 같은 사람이 이단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대신 저들은 제게 불온한 딱지를 붙였죠.
즉 '이단은 아니지만 매우 조심해야 할 사람이다'라고요.
그리고 개신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제 입장은 단 한 번도 정식을 다뤄주지 않고 모두 교단의 근본주의 정치 목사들의 입장만 열심히 기사화해줬습니다.
그 덕에 지금도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어김없이 '이단 시비' 기사가 뜨는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고 분한 기사들이구요.
현실이 이렇습니다.
어렵게 누명은 벗었지만, 그리고 의도가 사악한 정치적 공격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러나 그때 덧씌워진 '주홍 글씨' 혹은 '낙인'이 평생 따라다니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쩌면 이게 바로 저들이 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4. 제가 2년 가까이 이단 시비로 고생할 때, 그렇지만 그 시간 동안 참 감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저희 회사 직원들이 단 한 명도 동요하거나 제 곁을 떠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 중에는 해외 명문 신학교에서 신학박사를 받은 사람도 여럿 있었고, 또 국내의 소위 장자 교단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도 많았지만 단 한 명도 제 곁을 떠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역시 당연한 일이었지요.
우리 직원들이 볼 때 제가 이단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또한, 99.9%의 정기독자님들이 이단 시비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이 정기독자를 지속해주셨습니다.
절대 다수의 신학교 교수님들이 저와 계속 교류를 하고,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내시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런 보이지 않는 성원과 응원들이 당시 제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5. 반면, 제가 이단 누명(?)을 벗을 때까지, 그 상황을 즐기거나, 아니면 '침묵'하며 관망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누군지 거의 다 기억합니다.
개중에는 평소 제게 적잖은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게 이단 누명을 씌우려고 한 사람들 못지 않게, 침묵하고 방관한 사람들도 앞으로 두번 다시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6. 요사이 어떤 분들이, 한명숙, 최열, 조국, 윤미향 같은 분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검찰과 사법부에 의해 억울하게 인격살인을 당하고 심지어 감옥살이를 한 분들의 사연을 묶어서 소개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위에 언급된 분들은 기득권 카르텔이나 불의한 권력에 밉보여서 '범죄자'로 몰린 다음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그 후 몇년에 걸쳐 고통스런 재판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혐의를 벗은 경우라 하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앞으로 험난한 재판 과정이 더 남아 있지만요.)
문제는,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결백 혹은 무죄를 입증했다고 할지라고, 그러나 이미 대중의 뇌리에 박힌 '악당 이미지'는 평생 헤어나기 어려운 주홍글씨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가장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듯이 기득권 카르텔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겠지요.
단,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렇게 '아님 말고' 식으로 인격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언론, 검찰, 사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어떤 사회적 시스템이 꼭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7.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분들 외에도 우리나라 정치-사회 역사에는 기득권 카르텔에 밋보여서 억울하게 인격 살인을 당한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령 한명숙, 최열, 조국, 윤미향 같은 분들은 그리고 그 외에도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분들은, 나중에라도 어떤 식으로, 또는 일정 부분은 자신의 억울함을 공적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터무니 없는 '이단 시비'로 고초를 겪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 인생이 생매장당하지 않을 수 있을 최소한의 사회적-신학적 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진짜 문제는, 검찰이나 사법부, 언론이 저지른 인격 살인 혹은 사회적 매장이라는 만행으로 인해 삶이 무참히 산산조각 났음에도 그것을 도저히 만회할 수 없는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소시민들'의 억울한 사연은 대체 누가 신원해주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이런 억울한 사연을 가진 힘없는 이웃들이 정말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 대체 언론과 검찰과 사법 권력에 의해 갈갈이 찢진 이 힘없는 사람들의 살점과 뼈다귀들은 누가 싸매주고 치료해주느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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