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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 이야기: 부활절

가족글방 최주훈 목사............... 조회 수 40 추천 수 0 2023.04.08 09: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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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 이야기: 부활절>
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 초기부터 신앙생활의 정점이었고, 교회력의 모든 축일과 절기의 기준점입니다. 실제로 부활절은 성탄절 대림절 성령강림절을 정하는 중심축입니다. 그럼 부활절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정해졌을까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니케아 공의회(325)에서 부활절을 “춘분 후 만월 지난 첫 번째 일요일”이라고 결정했다는 건 상식처럼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부활의 날이 언제인가’라는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예루살렘교회와 소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방교회와 로마교회 사이에 날 선 공방의 역사가 있습니다[각주]. 동방교회는 유월절을 계산하는 유대인의 방식대로 부활절을 계산했기 때문에 히브리인들의 달력으로 닛산월 열넷째 날이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날이고, 그로부터 삼일을 계산해서 부활절을 지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부활절이 일요일이 아니라 주중 평일이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로마교회에선 그렇게 열넷째 날을 고집하는 이들을 “십사일파”(Quartodecimans)라고 조롱하고 정죄하면서, 부활절은 반드시 일요일에 지켜야 하고, 십자가에 달린 날은 금요일에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각주].
이 분쟁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중재로 니케아 공의회(325)에서 일단락됩니다. 황제는 당시 천문학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진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에게 부활절 일자를 정하는 책임을 맡겼고, “부활절은 춘분 후 만월 지난 첫 번째 일요일”이라는 니케아 공의회 결정을 끌어냈는데, 사실, 이 결정은 일종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방교회가 주장하는 유대인의 유월절 계산법도 만족시키고, 로마교회가 고집하는 일요일 부활절도 만족시키는 그런 정치적 접근이어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모두의 입맛을 잡는 결정이었던 것이지요. 어찌 보면, 아타나시우스가 황제의 정치적 의도를 영악하게 파악해서 이런 결정을 유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공의회에서 부활절 날짜를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춘분이 언제냐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았습니다. 지역교회 감독(주교)마다 제각각 춘분 계산법이 다르다 보니,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부활절 날짜가 달라지기도 했고, 알렉산드리아와 소아시아 지역교회에선 니케아 공의회 결정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부활절 날짜에 대한 혼란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이 문제는 그로부터 150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다가, 주후 525년, 로마의 주교 요하네스 1세가 디오니시우스 엑스구스(Dionysius Exiguus)에게 동서방 교회가 함께 공유할 부활절 일자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하였고, 드디어 532년, 그가 부활절 주기율표를 정밀하게 만들어 공표하게 됩니다. 이로써 동서방 교회의 부활절 날짜 논쟁은 끝나고, 그 덕에 디오니시우스 엑스구스는 교회력 계산법의 창시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던 서방세계에 1582년 그레고리력이 도입되면서 동서방 교회는 다시 서로 다른 날짜에 부활절을 지키게 됩니다. 지금도 서방교회의 부활절이 4월 4일~4월 25일 사이라면 동방교회의 부활절도 대체로 같지만, 4월 3일 이전이면 동방교회의 부활절은 서방교회보다 최대 35일까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부활절이 되면,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 예배 분위기가 밝아집니다. 사순절기에 부르지 못했던 대 영광송과 할렐루야를 힘차게 부를 수도 있고, 춤도 출 수 있고, 교회에서 집례하는 결혼예식도 가능해집니다. 심지어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에 이르는 50일간의 기간은 기쁨의 절기라고 해서 기도할 때 무릎도 꿇지 않는 관습도 있었습니다. 부활절에 관련된 소소한 풍습도 많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부활절에 빠지지 않는 게 달걀을 나눠주는 건데,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달걀 자체가 부활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고, 십자군 전쟁과 관련되었다는 설, 이교도의 상징이던 토끼가 달걀로 대체되었다는 설, 구레네 시몬에게 있던 기적을 기념한다는 설 등등이 있습니다.
달걀 나눠주는 풍습 말고도 각 나라별 부활절 풍경도 다양합니다. 미국에선 부활절이 되면 퍼레이드 행사와 19세기부터 시작한 달걀 굴리기 시합, 보물찾기 게임처럼 동네에서 달걀 찾기 같은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이탈리아에선 어린이에게 초콜릿을 어른에겐 비둘기 모양 빵인 ‘콜롬바 파스쿠알레’를 선물하고 부활절 다음날엔 가족과 친구들이 피크틱을 즐기는 전통도 있습니다. 특이한 풍습도 있습니다. 헝가리에선 부활절에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동유럽에선 물벼락을 맞으면 귀신이 달아나고 마음이 깨끗해진다 또는 아이를 잘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부활절 아침 양동이에 물을 가득 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대뜸 물을 끼얹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의 부활절 풍습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천주교회사>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원경도와 이중배는 1800년 4월 친구인 정종호의 집에서 부활대축일을 지냈다. 이들은 개를 잡고 술을 많이 장만해 이웃에 사는 몇몇 교우들과 함께 길가에 모여 모두 큰 소리로 알렐루야와 부활삼종경을 외고 나서 바가지를 두드려 가며 기도문을 노래했다.” 부활절에 개고기를 먹은 것이 교회 풍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잔치에 개고기가 빠지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부활절 교회 잔치에 개고기가 등장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부활은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든 기쁨과 환희를 최상으로 드러내는 교회의 축제라는 점입니다.
교회에선 부활을 기념하는 장식으로 백합이나 나비가 주로 사용되는데, 백합은 정결과 선, 하나님의 승리를 표방하는 전형적인 기독교상징입니다. 나비가 부활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나비는 번데기에서 자유로운 생명체로 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변화와 새로운 시작, 희망을 뜻하는 부활의 상징으로 나비가 애용됩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부활절 교회에서 나비 모양 장식품이나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이것 말고도 우리는 창조적으로 다양한 부활의 상징물을 사용해서 그 의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부활절은 이렇듯 기쁨과 감사를 마음껏 표현하는 축제의 날입니다. 부활절은 일요일 하루로 끝나지 않고 이후로 50일간 그 분위기가 지속됩니다. 그중에서 부활주일부터 다음 주일까지 이어지는 7일간의 시간은 더욱 특별합니다. 4세기 예루살렘의 주교 키릴에 따르면, 교회는 이 때를 세례받은 이들이 성찬과 예배에 대한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Mystagogy, 견신)으로 삼고, 7일째가 되는 부활절 둘째 주일을 ‘새롭게 태어나는 날’로 삼았습니다. 부활절이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라면, 둘째 주일은 세례받은 사람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 됩니다. ‘콰지모도 주일’(Quasimodogeniti)이라는 라틴어 별칭이 붙는데, 그 뜻은 ‘어린아이처럼 다시 태어난다’라는 말입니다. 이날 복음서 본문으로 도마의 이야기가 낭독되기 때문에 ‘도마 주일’이라고도 불립니다. 도마가 부활한 주님을 만나 새 사람이 된 것처럼 세례 받은 이들이 새롭게 거듭나야한다는 메시지가 이때 강조됩니다.
교회력 색상: 백색
기도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당신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셨습니다.
그분의 부활을 통해 죽음이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자녀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를 깨끗하게 하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간절히 기도하오니 우리에게 부활의 믿음을 주셔서
언제나 당신께 기도하며 감사와 찬송을 올리는 삶을 살게 하소서.
부활하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글.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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