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들르는 <대전 부르스>, 화가, 연극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값싼 주점이다. 거기에는 가난한 화가가 술값 대신 놓고 간 그림들이 있다. 거기 눈에 띄는 작품이 있어서 구입의사를 표했더니 간신히 액자값 정도를 요구한다. 선뜻 지불하고 내것이 되었다. 검은 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아서 가져왔다.
작품은 제값을 주고 사야 한다. 턱없이 싼 값을 주고 가져왔으니 작품을 대하는 내 자세도 가볍다. 한쪽 구석에 두었다가 생각이 나서 꺼냈다. <고향의 추억>을 더듬어 판화에 담았다. 작품이 좋다. 그래서 슬프다. 이런 작품이 액자값에 팔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