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게 죽기보다 명예롭게 살기

 

사무엘상 31:1~13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강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를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 가운데에 함께 있기를 빕니다.

 

아무리 하나님의 뜻을 저버린 사울 왕이라 하더라도 그의 죽음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길보아 전투에서 블레셋에게 처참하게 짓밟혔습니다. 요나단을 비롯한 사울의 세 아들은 도망가다가 죽었고 사울도 적의 화살을 맞고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울은 이 전쟁의 승산이 없음을 판단하고 명예롭게 죽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무기 맡은 병사에게 말했습니다. “네 칼을 뽑아서 나를 찔러라. 저 할례받지 못한 이방인들이 와서 나를 찌르고 능욕하지 못하도록 하여라.”(31:4 새번역) 하지만 병사로서는 그것이 아무리 왕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따를 수 없었습니다. 무기든 병사가 머뭇거리자 사울은 자기의 칼 위에 엎드러져 스스로 죽음에 이렀습니다. 이를 본 무기 든 병사도 사울의 뒤를 쫓았습니다.

 

사울이 사려 깊지 못하여 처음 왕이 되었을 때의 풋풋한 리더십이 사라지고 노욕과 질투에 불타 다윗에게 적대감을 품어 백성을 위하여 쓸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의 최후 모습은 참 애잔합니다. 사울의 슬픈 종말은 인생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역시 옷깃을 여밉니다. 누구라도 순수함을 잃고 탐욕에 사로잡히면 사울의 모습이 되고 맙니다.

 

명예롭게 죽기를 원했던 사울의 주검은 도리어 블레셋에 의하여 훼손되고 벧산 성벽에 못 박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울 왕은 명예롭게 죽기를 원하기 전에 명예롭게 살기를 원했어야 합니다. 왕으로서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일을 최우선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가르침에 순종했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민족의 지향을 기도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명예롭게 사는 일인데 사울은 기회를 선용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죽음이나마 치욕을 면하고자 하였습니다. 잘 죽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살아내는 일입니다.

 

앞장에서 다윗은 이스라엘의 철천지원수인 아말렉을 물리치고 잃었던 가족들을 되찾아오는 데 비하여 사울은 아들들과 병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마저 슬픈 종말을 고했습니다. 지도자 한 사람이 중요합니다. 사울이 하나님을 외면하자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주신 약속의 땅을 버려 블레셋이 차지하게 하셨습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불신앙, 곧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리자 생긴 일입니다. 그로 인한 고통과 수치는 이스라엘 모두의 것이 되었습니다. 사울의 길에서 돌이킵시다.

 

하나님,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특히 거룩으로 포장한 탐욕을 내려놓고 작은 보폭으로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이끌어 주옵소서.

찬송:491 저 높은 곳을 향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0pbvtrkjZjg 

2022. 6. 24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