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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목사 | 2022.04.03 07:20:0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가난하지만 존경받는 메르켈 독일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8)가 16년 집권을 마치고 2021년 10월 퇴장했다. 벌써 반 년이 지난 오늘 메르켈 총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영부인의 화려한 옷이 이슈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걷는 길은 모두 새로운 역사였다. 그는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동독·과학자 출신 총리였고, 51세에 역대 최연소 나이로 취임했으며 독일 역사상 자발적으로 퇴장한 첫 총리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둘로 갈라져 있던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베를린 교외 출신의 루터교회 목사였던 아버지와 함부르크 출신 영어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메르켈 총리가 태어난 지 몇주 지나지 않아 동독 브란덴부르크로 이사했다. 아버지 앙겔라 카스너 목사의 목회를 위해서였다. 사회주의 사회였던 동독에서 그가 보수 성향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사회주의의 획일적 이념교육으로부터 벗어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훈련시켰다.
메르켈 총리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것도 “(자연과학에 대한) 진실은 쉽게 왜곡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종종 과학 원리를 정치 용어로 활용했다. ‘정치에도 물리법칙이 적용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질량이 없으면 깊이도 없다”며 ‘중력의 법칙’을 언급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1990년 독일 통일 후 헬무트 콜 총리의 발탁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콜의 양녀’로 불리며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기민당 사무총장직을 거쳐 2000년 당시 야당이었던 기민당의 첫 여성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2005년 사회민주당(사민당)과의 대연정에 성공하며 독일 총리로 취임하여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것이다.
내각 책임제도에서 총리는 대통령제의 대통령과 다름없다. 국정 전반을 통치(統治)하는 국정 최고의 책임자였다. 여성이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여성총리가 기자회견을 하였다.
기자가 물었다.‘총리께서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있는 것을 주목해 보았는데 당신은 다른 옷이 없습니까?’메르켈의 대답은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
또 다른 기자가 물었다. 총리께서는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가사도우미가 있습니까?’여성 총리는 ‘아니요, 저는 그런 도우미는 없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집에서 남편과 저는 매일 이 일들을 우리끼리 합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 물었다. ‘누가 옷을 세탁합니까? 당신이나 당신 남편?’ 총리의 답변은 ‘나는 옷을 손보고 남편이 세탁기를 돌립니다. 대부분 이 일은 무료전기가 있는 밤에 합니다. 우리 아파트와 이웃 사이에는 방음벽이 있어서 이웃에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다른 시민들처럼 평범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총리로 선출되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 총리에 당선된 이후에도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별장, 하인, 수영장, 정원도 없다.
보도에 의하면 그녀는 16년 동안 능력, 수완, 헌신 및 성실, 정직함으로 8천만 독일을 이끌었다. 위법, 비리가 없었고 어떤 친척도 지도부에 임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광스런 지도자인척 안했고 자신보다 앞섰던 정치인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그녀는 어리석은 말도 하지 않았고 사진 찍히려고 베를린 골목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16년 동안 그녀는 새로운 패션의 옷을 갈아입지 않았고 다른 나라 지도자처럼 부동산, 자동차, 요트 및 개인 비행기를 사지 않았고, 패거리 정치도 하지 않았고, 부부동반으로 세계를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그녀는 현실주의자이며 실용주의자로서의 애국적 신념과 정치철학을 구현하였다.
메르켈 총리는 자기가 이끌던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교 민주연합과 슈리더의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만들어 독일을 안정된 경제 대국으로 이끌었다. 중재와 타협의 모범을 보여준 큰 그릇의 정치가였다. 그녀는 정치의 양(量)과 질(質)에서 모두 성공했고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재임 중 독일의 경제는 탄탄해졌고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고 2006~2009까지 ‘포브스’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로 4년 연속 세계정치가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정직했고 진실했고 진정한 애국자로 꾸밈이 없는 소탈한 여성지도자로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재임 중 2019년 12월 3일 제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방문하고 무릎을 꿇고 나치독일의 범죄를 사과했던 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이제 자원 은퇴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정치가였다.
메르켈 총리가 하버드 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총리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가능하기 때문에 하고 있는지를 종종 자문해야 한다’는 수락사가 메르켈 총리의 인물됨을 말해주고 있다. 메르켈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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