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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 2021.09.06 11:50:2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이방 사람들이 구하는 것이요,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마태복음 6:31-33).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대체로 제 인생을 되돌아볼 때 이 말씀에 충실하려고 애쓴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생존의 문제, 구체적으로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심하고 고군분투합니다. 인간 실존을 구성하는 근원적 요소인 '불안과 염려'도 따지고 보면 의식주 문제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먹고 사는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소위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데 더  집중했습니다. 그것이 신앙인으로 올바른 삶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완벽할 수도 없는 것이구요.
생존의 문제, 즉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앙인의 노력은 주로 '기도'를 통해서 표현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이 무얼 놓고 기도하는지, 그 기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궁극적 관심사가 드러납니다.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한다고 해도, 그 기도의 내용이 자신의 의식주 해결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의 신앙의 진짜 대상은 의식주이지 하나님이 아닙니다.
요즘 말로 하면 본캐는 의식주고, 부캐가 하나님인 셈입니다.
최소한 최근 5년 이내로 좁혀서 회상해 볼 때, 저는 제 자신을 위해 기도한 것이 딱 2가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전부 '죽음'과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첫째, 우리 집 세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둘째, 제가 사는 동안에 '수고'를 많이 했으니(=힘들게 살았으니) 죽을 때는 평안히 죽게 하옵소서. (몸에 칼을 대거나 약물에 의존해서 버티다가 죽지 않게 하소서.)
이게 저를 위한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제게는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기도였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리 힘들고 급해도, 의식주를 위해서 떼를 쓰거나 애원하는 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면 당연히 그분께서 해결해주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정말 오랜 만에 하나님께 약간의(?) '돈'을 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진지하게 '돈'을 주십사고 기도를 하다가, 그러나 안 해보던 기도를 하려니까 조금 낯설고 민망해서 얼마 못가 그만두긴 했지만, 어쨌든 돈을 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약간'의 돈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몇 억쯤 달라는 게 제 진짜 속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 하다가 그만 포기했습니다. ^^
요즘 저는 제 인생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늘 다른 사람들의 인생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정말 모처럼 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명민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들고 보니, 체력도 그렇고, 무엇보다 기억력과 논리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합니다.
당연히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약간의 기억력과 논리력 그리고 집중력이 남아 있는 동안에 무엇을 해야 가장 의미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의 꿈은, 공기 좋은 곳에 소박한 집을 하나 구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 책을 한데 모으고(1만 2천권 정도 될 것입니다) 속세와 스스로를 절연한 채 기도와 성경연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런 조건만 갖춰진다면, 일주일에 최소 4일 정도, 매일 5시간의 기도, 7시간의 성경 연구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향후 몇 년에 걸쳐 지성인들과 젊은 세대를 위한 성경 공부 영상 300개 정도, 성경 공부 교재와 강의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 소망은 오롯이 이 일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직 제 기력과 지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동안에, 한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위해서 제 나름대로 소박한 봉사를 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에 집중하려면 그 기간 동안 저와 저희 가족들이 생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 생각에, 어제는 하나님께 엎드려 '돈'을 달라고 기도를 시작했다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평소 안 하던 기도를 하려니 제 자신이 왠지 쑥쓰러워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
그동안 남들 못지 않게 진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나이에 벌어놓은 것도 모아놓은 것도 없어 진짜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돈 걱정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제 나이 또래의 대다수 사람들의 가장 큰 염려와 고민거리가  돈 문제이니까 저도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앞날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분투할 수는 있지만, 미래는 오롯이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 약간의 분별력과 기억력이 남아 있는 동안에 보다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늘 교정 작업에 시달리고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신학서적 만드는 일에서 손을 떼려는 이유입니다.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매일 5시간 기도, 7시간 성경연구에 집중하는 것, 그 결과물로 한국의 지성인들과 젊은 세대를 섬기는 것, 그것이 제 소박한 소망입니다.
요즘 페북에 정치 관련 글을 많이 쓰긴 하지만, 이번 선거가 제 인생의 마지막 정치 참여란 생각을 깊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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