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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 2014.08.02 23:19:4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선로 위에서

 

역사 안은 내부수리 중이라 복잡하다
플랫홈 출발선에 선 나는
출구를 빠져나가는 바쁜 움직임 속에 끼어 익숙한 발걸음을 옮긴다
언제나처럼 정확히 4번 홈에 도착했다
잠시후 3시 29분발이 3번 홈으로 도착된다는 방송과 함께
열차는 그 모습을 드러내며 나의 건너편 쪽을 공격하고 있다
순간 선택의 비지땀은 계단을 오르며 재빨리 이동했고
등줄기 긴장은 3번 홈의 배정된 자리로 나를 옮겨 놓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출구를 빠져나간다
그리곤 달린다, 되돌아 오기도할 것이다
그렇다, 너무 익숙해진 습성들에게 눈과 귀를 내주고
나의 하루를 세 번째 칸에 머물게 하는 이 열차는
때론 일년을 끌고 다니기도 한다
출구를 빠져나간 나와 어리석은 기차는 그렇게
선로 위에서 인생을 소비하곤 한다

 

이신자 시인의 아름다움 쉼터 http://cafe.daum.net/sinj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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