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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 2014.08.05 21:56:0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지름길

 

횡단보도는 항상 저만치, 소비적이었다
잔디밭을 뚫고 나온 아이들은
훨씬 더 가깝게 건너편에 이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게임,
약간의 스릴은 그들 방식의 횡단보도였다
그 법칙은 누구도 허물지 못한 공식이었다
그랬다
그렇게 수년을 견뎌온 그 공식이 어느 날 무너져 버렸다
어리석은 자동차 하나  
한 아이의 행방을 빠르게 구겨버린 것이다
지름길,
아이들이 뚫어 놓은 보이지 않는 풍습이
크고 둔감한 질서에 의해 어느 한 순간 가볍게 붕괴되었고
다시 잔디가 들어찬 그 길엔 변명처럼 보도블럭이 높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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