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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 2014.08.02 23:19:4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두 그루

 

기차가 소나무 두 그루 서 있는 그 집 앞을 지난다
주인의 얼굴에 주름을 늘리며 터를 지켜 온 저 소나무,
어린아이가 회초리에 이끌려 다니던 기억들
입학과 졸업을 거듭하며 성장해 온 소나무

시집가면 꼭 너 같은 딸 길러 보라던,
어머니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딸,
시집을 가고 자식을 낳고 친정 품에 안겨 울기도 하고
그 소나무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을 겹입고 덧씌우며 몇 개의 창을 벗삼아 지냈으리라
내 어머니의 세월은 그렇게 두 그루 소나무였다

어릴 적 희망과 몇 개의 창을 부려놓고 가던
미지의 표정들과 어머니의 꾸지람이
짧은 한순간 뒤범벅이 되던 어린날의 작은 외딴집

지금도 고향 마당 끝에 서 있을 두 그루 세월,
수화기를 들어 외딴 숫자들을 꾹꾹 짚어본다

 

이신자 시인의 아름다움 쉼터 http://cafe.daum.net/sinj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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