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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 2014.07.23 16:35:2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기도

 

긴 태양의 입김이 무섭게 쏟아진다
대지를 태운다

어떤 이는 90년만 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100년만 이라고도 한다

농부 망연히 하늘 바라보다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뜯어낸다

고사리 같은 손이 눈물 가에 옹기종기 모여 든다
지친 가슴 속에다 너 나 없이 올려 보낸 아름다운 인정들

입 벌린 들녘에 드리워진 시커먼 구름
천둥 번개 무섭게 소리쳐 내 심장을 멎게 한다 해도
오늘은 빗줄기 보고 싶다

속옷까지 젖어 민망한 모습 눈앞에 펼쳐진다 해도
오늘은 그냥 잊고서

발을 물에 첨벙 담그고 대지 위에
허허 웃음 던질 수 있다면

김은 감사로 메아리치게 소리 지르며
나 오늘 비를 맞고 싶다

주여!
창 밖에 지금 희망의 꽃 피우는 비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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