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뉴스언론 › [홍인표의 차이나칼럼]한반도의 균형은 기울었다

홍인표 기자 | 2014.07.04 23:42:4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홍인표의 차이나칼럼]한반도의 균형은 기울었다

 

경향신문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외신을 보고 알았다. 북한이 사전에 구체적인 개전 날짜를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은 들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중국 측 사료로 알려진 바로는 그렇다. 마오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점은 미리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일어날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쟁이 일어난 지 두 달 뒤 북한에 전황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은 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마당에 굳이 중국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50년 10월, 북한의 간절한 참전 요청 서신을 받고 나서였다. 중국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압록강 건너편에 미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마오쩌둥 맏아들 마오안잉(毛岸英)이 미군 전투기 폭격으로 전사한 것을 비롯해 참전 군인 수십만명이 한반도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과 피로써 맺어진 혈맹이 되었다. 두 나라는 1961년 7월 우호협력상호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으면 자동개입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런 우호관계는 적어도 1992년 한·중 수교 전까지 이어졌다. 한·중 수교는 두 나라가 서로 경제적 도움을 주고받고,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덩샤오핑(鄧小平)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북한은 반발했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졌다. 지난해 수교 21년 만에 두 나라 무역액은 2700억달러를 넘었다. 누적 투자액은 57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서 실리외교, 등거리외교로 일관했다. 한국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바야흐로 새로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모두 4차례 만났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는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한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3번째지만, 기존 관례를 깬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북한을 찾은 뒤 한국을 방문했다면 이번은 서울을 먼저 찾은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 국가주석이 다른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들렀다면, 이번에는 오롯이 서울만 1박2일로 찾고는 중국으로 돌아간다. 200명이 넘는 중국 기업인들이 따라와 두 나라 경제협력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과 한국 두 나라와 모두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이번 행보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싶어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마냥 느긋하게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바라볼 수는 없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을 빚고 있다. 미국이 한·미·일동맹을 앞세워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을 추진하는 것에 맞서 신형대국관계(중국과 미국 두 나라는 서로 상대의 핵심이익은 건드리지 말자는 내용)를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미동맹의 한 축인 우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이미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계(MD)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우리의 참여를 바라지만 미국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미국 주도로 중국을 견제할 의도가 담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참여도 암중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인 특성상 줄타기외교는 우리의 숙명인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도 운용만 잘하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외교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고려시대 서희는 탁월한 외교담판으로 거란으로부터 고구려 옛땅을 되찾기도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이쪽 풀도 뜯고, 저쪽 풀도 뜯어먹어야 한다”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우리의 외교적 현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탁견이 아닐 수 없다.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