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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 2014.07.08 07:49:4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경향의 눈]‘MB 4대강’ 관광 명소

 

경향신문
4대강 하면 떠오르는 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4대강도 그냥 4대강이 아니라 ‘MB 4대강’이라고 불리는 판이다. 이 전 대통령이 좋아할지 불편해할지 속마음이야 알 길 없지만 지금 4대강은 그분과 한몸처럼 간주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 됐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4대강 주요 지점을 둘러보았다. 공사하기 전 4대강, 공사 중인 4대강과 완전히 다른 4대강을 직접 가까이에서 대하기는 처음이었다. 금강 공주보에서 세종보,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강정고령보에 이르는 구간을 다니는 동안 느낀 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감탄, 또 감탄이다. 어쩌면 이렇게 가는 곳마다 이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그야말로 MB 4대강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MB 4대강을 가장 잘 말해주는 가시적 상징물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건설한 16개 보일 것이다. 조형적인 특징을 강조한 거대 구조물 양쪽으로 넓은 수면이 펼쳐지고 둔치를 따라 생태공원과 위락시설, 자전거길 등이 조성된 4대강 모습은 그동안 매체를 통해 익히 대했던 장면이다. 머릿속에만 있던 그림이었지만 실물로 직접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발표할 당시 경부운하 대상지인 한강·낙동강을 답사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모래톱 위를 걷고 때로는 바지를 걷고 건너기도 했던 곳이었다. 불과 7년 만에 그런 강이 바다처럼 광활한 호수로 바뀔 수 있다니!

세부로 들어가면 감탄사가 곱절로 더 필요해진다. 4대강을 보로 막은 뒤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이미 새로운 얘깃거리 축에 들지 못하지만 4대강 수질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충격이었다. 장맛비가 온 뒤이고 햇빛 없는 흐린 날씨임에도 합천창녕보 상류에서는 ‘녹조라떼’가 남아 있었고 가동보 수위를 낮춘 달성보에 가까이 가니 악취까지 물씬 풍겼다.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취수구 주변에는 잉어 무리가 수면까지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는 모습을 간단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구시 식수원조차 잉어가 숨쉬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은 놀라움 이상이다!!

최근 4대강 전역에서 발견되는 큰빗이끼벌레는 잊혀져 가던 이 전 대통령을 사람들이 다시금 기억하게 했다. 이 태형동물문 생명체는 크기가 1㎜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개충이 산호처럼 군체를 이뤄 축구공만 한 크기로 자란다. ‘에이리언 알’을 연상케 하는 모양에다 만지면 쉽게 부서지고 냄새도 고약하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수질 오염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생물이 아니고 독성이 있거나 생태계에 피해를 준 경우도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바뀌는 부정적 징표로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녹조에 이어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한 것은 4대강 생태계 변화가 먹이사슬을 따라 식물에서 동물로까지 퍼졌음을 보여주는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로 인간에 대한 경고!!!

강 밖으로 눈을 돌려도 감탄사를 멈추고 숨 돌릴 여유가 없다. 수변 지역에 조성한 각종 시설은 22조원이라는 예산이 어떻게 낭비됐는지, 한국수자원공사가 진 8조원 빚을 왜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지 거의 직설법으로 웅변해준다. 세종보 상류 세종시 신청사 앞 수변공원에 있는 텅빈 요트 선착장에서 본 것은 썩은 강바닥에서 수면으로 쉬지 않고 떠오르는 메탄·암모니아 거품이었다. 자전거길도 근사하게 지어놓은 정자도 인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내가 갔던 5개 보 가운데 그나마 가장 사람이 많았던 곳이 달성보였다. 보 시설 관광객과 자전거길 이용자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이 일대가 4대강 관광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달성보에서 박석진교에 이르는 약 2㎞ 구간은 그럴 자원이 풍부하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당 가장 높은 남조류 개체수를 기록할 정도로 녹조 창궐 지역이며 ‘MB캐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용호천 역행침식, 보 쇄굴 현상, 본류에 의한 측방침식, 개망초와 서양달맞이꽃 등 외래 귀화식물이 뒤덮은 생태공원 등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변화를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인 것이다. 얄궂게도 북아메리카 원산인 개망초는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들어가면서 많이 돋아났다고 해서 망국초·왜풀 등으로 불렸고 남아메리카 원산인 달맞이꽃은 일제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 들어왔다고 해서 해방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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