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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채 논설위원 | 2014.05.30 07:37:2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여적]고장난 자본주의

 

1991년 소련이 해체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승리를 외쳤다. 그리고 23년. 이제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여긴다. 키워드는 불평등이다. 20세기 말 ‘세계화의 덫’을 통해 20 대 80 사회가 예고된 뒤 상황은 더 척박해지면서 요즘은 1 대 99를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불평등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 악화는 물론 민주적 정치과정과 법치주의를 훼손시킨다고 말한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300여년의 자본주의 역사분석을 통해 기존 경제학의 통설인 쿠즈네츠 가설을 무력화시킨다. 쿠즈네츠 가설은 성장 초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불평등도가 완화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피케티 분석 결과 초기 단계에서 나타난 불평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심화, 고착화됐다. 노동자가 열심히 벌어도 세습된 부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해법으로 50만달러 이상 소득의 8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누진부유세 도입도 내놨다.

엊그제 런던에서 전 세계 1%에 해당하는 리더와 자본가들이 모였다.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 깃발을 든 이 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자본가와 영국 찰스 왕세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관리 자산은 전 세계 투자가능 자산의 3분의 1인 30조달러에 달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능가하는 규모다. 자본주의 수호 차원인지 불분명하지만 이들은 회의에서 세계최고 부자 85명의 재산이 하위 35억명의 재산과 맞먹는다는 통계를 공유하며 성장보다는 분배, 독점보다는 평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불평등 얘기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은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불평등의 문제는 계층, 이념, 세대의 분열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한국 자본가집단에서 분배니 평등이니 하는 얘기는 여전히 금기어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웠던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 뒤 파이를 넓히는 게 우선이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갔다. 세월호 사건 이후 물질중심 사회의 한계에 대한 반성이 커지고 있다. 가진 자의 성찰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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