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현주 › 강낭콩

이현주 | 2017.08.21 23:38:1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현주2531 <관옥글방/풍경소리>59 


강낭콩


한때 시골 이발소 벽마다에서 푸시킨이 말했듯이 세상이 너를 속이더라도 노여워 말고 네가 혹 세상을 속이게 되더라도 주눅 들지 마라 괴로우면 괴로워하고 두려우면 두려워하고 뒤틀리면 뒤틀려라 루미 말대로 냄비에서 달달 볶이는 강낭콩이 맛있는 요리 되어 마침내 인간으로 환생하느니.
너라는 물건이 따로 어디에 있다는 어미 착각에서 벗어나라 너한테 무슨 대단한 능이 있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으며 그러니까 뭐든지 잘 해야 한다는 새끼 착각에서 벗어나라 벗어나기 싫으면 벗어나지 말고 계속 그렇게 생고생하여라.
강낭콩이 어찌 알겠느냐 제가 저를 달달 볶는 냄비요 냄비를 달구는 불이요 불을 살리는 나뭇가지요 나뭇가지를 태우는 농부인 줄을! 제가 저를 살리고 저를 속이는 세상인 것을!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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