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5 추천 수 0 2022.06.28 21:14:36
.........

Cap 2022-06-28 21-11-50-518.jpg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각본집을 들썩거렸더니 개가 꼬리춤. “개가 뭔가를 쳐다보며 연신 꼬리를 흔들고 있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흥분해서 꼬리를 흔든다. 껑충껑충 뛰기도 한다.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황금빛 저녁 햇살이 빛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뜀박질 경주하듯 달리는 아이가 보인다.” 강아지도 아마 뒤따라 달음박질 중이겠지.

영화에 나오는 시골개처럼 두리번거리면서 봄밭의 할매들을 관찰한다. 마당 아래 빙 둘러친 견치돌 옹벽이 있는데 해마다 할매들이 돌틈에 호박 구덩이를 만들어 내 꽃밭과 마당까지 호박 넝쿨이 범람해. 잔디와 돌틈 철쭉나무들을 싹 덮어 죽게 만들고, 호박 한 덩어리 먹어보라 주지도 않음. 문제의 할매에게 올핸 호박을 다른 데다 심으라 했더니 흥분하여 껑충껑충. 20년을 살았건만 아직도 몽니와 텃새다. 연고 없이 찾아온 시고르 자브종, ‘시골 잡종견’ 취급. 꼬리를 내리길 바라는 눈치련만, 나도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

집 앞에 울타리가 없다보니 풀어서들 키우는 시고르 자브종 개들과 고양이가 자유자재 마당에 쳐들어와 똥을 싸고 간다. 주민들도 그래. 돌 옹벽에다 켜켜이 농사 비닐과 독한 농약병을 쑤셔 넣고 흙조차 새까매. 얼마간의 땅을 농로로 사용하라 내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농약병과 비닐 쓰레기더미, 비료 적재소. 아! 나도 용산으로 이사 가고 싶어라. 뭐 그래봤자 서울에선 거지 신세. 알고 보면 거지가 외식을 가장 많이 한다덩만, 감미료 과다의 서울 외식은 싫고 말이지. 영화에선 문화원 ‘김용탁 시인’이 강의를 해.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에요. 아시겠어요?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 이 일상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이보슈 시인이여! 세상 참 순하고 착하게 사시옹. 일상의 아름다움도 곁에서들 협조해줘야 가능한 노릇이지. 일상의 행복도 그래. 신문 방송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도와줘야 하는 법. 주변에서들 테레비 안 본 지 꽤 되었단다. 봄 이사철이라 그런지 왼통 이사 얘기뿐.

임의진 목사·시인 경향신문 2022.03.2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0 임의진 [시골편지] 멍때리기 file 임의진 2023-01-08 31
749 임의진 [시골편지] 막국수 file 임의진 2023-01-07 35
748 임의진 [시골편지] 젖니 아이들 file 임의진 2023-01-06 30
747 임의진 [시골편지] 브라질 앵무새 file 임의진 2023-01-03 55
746 임의진 [시골편지] 멸치김치찌개 file 임의진 2023-01-02 33
745 임의진 [시골편지] 깻잎 동포 file 임의진 2022-12-27 41
744 임의진 [시골편지] 업두꺼비 file 임의진 2022-12-26 25
743 임의진 [시골편지] 인생과 몀생 file 임의진 2022-12-24 43
742 임의진 [시골편지] 풀냄새 킁킁 file 임의진 2022-12-23 43
741 임의진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file 임의진 2022-12-22 33
740 임의진 [시골편지] 사막학교 file 임의진 2022-12-18 15
739 임의진 [시골편지] 메리지아레 file 임의진 2022-07-26 28
738 임의진 [시골편지] 또옵써 file 임의진 2022-07-24 22
737 임의진 [시골편지] 도시가스 file 임의진 2022-07-23 37
736 임의진 [시골편지] 짝달비 file 임의진 2022-07-19 18
735 임의진 [시골편지] 니얼굴 file 임의진 2022-07-17 14
734 임의진 [시골편지] 당근 말밥 file 임의진 2022-07-15 17
733 임의진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file 임의진 2022-07-13 16
732 임의진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file 임의진 2022-07-12 16
731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살기 대회 file 임의진 2022-07-10 22
730 임의진 [시골편지] 어금니 file 임의진 2022-07-09 13
729 임의진 [시골편지] 갑오징어 먹물 file 임의진 2022-07-08 19
728 임의진 [시골편지] 불수감꽃 file 임의진 2022-07-04 11
727 임의진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7-03 13
726 임의진 [시골편지] 돈타령 file 임의진 2022-07-02 22
725 임의진 [시골편지] 남바리 file 임의진 2022-07-01 20
724 임의진 [시골편지] 토끼 간 file 임의진 2022-06-30 11
723 임의진 [시골편지] 라울 따뷔랭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6-29 8
» 임의진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file 임의진 2022-06-28 15
721 임의진 [시골편지] 녹음 테이프 file 임의진 2022-06-27 10
720 임의진 [시골편지] 다리미 file 임의진 2022-06-26 16
719 임의진 [시골편지] 처갓집 file 임의진 2022-06-25 17
718 임의진 [시골편지] 말이 필요 없어 file 임의진 2022-06-24 29
717 임의진 [시골편지] 목화송이 솜눈 file 임의진 2022-03-15 14
716 임의진 [시골편지] 산장의 여인 file 임의진 2022-03-14 1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