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홍승표 › [정호승] 혀

홍승표 | 2006.04.03 20:43:5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356. 혀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 몸 구석구석을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만에 죽은 줄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도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만한 언 땅에 묻어 주었으나
어미 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정호승)

(한동안 애완견이 늘어나더니 벌써 시들해졌는지 많은 개들이 버려진다... 그렇게 개를 버리는 마음이 곧 사람을 버리는 마음이다.
개를 우습게 보지말고 사람이 개만큼만 살았으면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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