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홍승표 › [최승호] 나비

홍승표 | 2002.11.18 11:01:1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나비

등에 짐짝을 짊어지고 날거나
헬리콥터처럼 짐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비는 가벼운 몸 하나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속이다
무소유의 가벼움으로 그는 날아다닌다.
꽃들은 그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할 그의 잠자리이다.
그의 생은 훨훨 나는 춤이요
춤이 끝남은 그의 죽음이다.
그는 늙어 죽으면서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는 자유롭다. (최승호 1995)
------
(사람이 찾는 것이 많아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입니다. 저는 시를 찾는데요. 언제는 없어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많아서 힘이 듭니다. 이게 삶인가 봅니다. 이렇게 행복한 넋두리를 하게 만든 사람은 주보식구 윤석주님입니다. 그분이 맑고 아름다운 시를 찾고, 여러 편 손글씨로 쓰셔서 주셨거든요. '나비'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윤석주님은 그 시편 끝에 이렇게 써 놓으셨어요.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것들 제가 고르면 목사님은 그걸 다시 고운 체로 걸려 주십니다. 맑고 아름다운 시를 이미 골라 주셨는데 그걸 다시 걸러낼 고운 채는 뭘까요?" 빈 맘으로 읽는 일, 그거 아닐까요? -홍)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