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2359 나누면 남습니다

한희철 | 2007.12.09 19:27:3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인도의 캘커타 빈민굴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다 영원한 품에 안긴 마더 테레사 수녀가 쓴 일일 묵상집을 요즘 다시 읽고 있습니다. 분주한 삶을 살면서도 매번 자기 자신을 고요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책에서 만난 글 중에 크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날 밤 한 남자가 우리 집에 와서 이렇게 말했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랜 전부터 아이가 여덟이나 있는 한 가족이 굶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그 가족에게 밥을 좀 가지고 갔습니다. 가서 보니 그 집 아이들 얼굴에는 지독한 굶주림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받은 그 어머니는 밥을 나누어 주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 가셨었습니까?”
그랬더니 그 어머니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굶주리는 이웃이 또 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이 밥을 나누어주었다는 사실보다도 그 여인이 이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이 가족은 힌두교 가족이었고, 그 가족은 이슬람교 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그 이웃이 고통 받고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고통 중에서 자기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실제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그 여인은 자기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에 앞서 나누어 주는 기쁨과 용기를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가족 즉 우리의 남편, 우리의 아내, 우리의 아이들보다 우선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사항을 지적한 것입니다.>
위의 글을 읽으며 마치 무엇엔가 얻어맞은 듯 한참을 멍하게 있어야 했습니다. 천천히 글의 내용을 음미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습니다.
여덟 명이나 되는 자기 자식이 굶주림으로 쓰러져 있는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식보다도 이웃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았던 여인, 도저히 여인의 관심이 자기 집 밖으로는 향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텐데도 그 여인은 굶주리는 이웃이 자기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먹을 것이 생겼을 때 비록 그가 자신과는 종교가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를 남으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식에게보다도 먼저 그에게 밥을 전하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인의 이야기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던 것은 북한 동포들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많은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고 있을 때 바로 곁에 있는 우리의 동포가 굶주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어려울 때 못하면 넉넉해도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돕는 일에도 때가 있어 때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나누면 남는다는 사실을 뜨거운 동포애로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7.11.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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