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2363 그리운 사람

한희철 | 2007.12.09 19:29:4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를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중요한 날입니다. 당연한 바람입니다만, 사리사욕이나 명예욕이 아니라 하늘을 두려워하고 나라와 민족과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가 지도자로 선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일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관심하거나 허투루 관심 가질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9명이 후보자 등록 첫날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쳤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7명 정도가 추가로 등록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이번 대선후보는 모두 17명 가량, 역대 대통령 선거 중 후보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후보자 수가 많은 만큼 그들의 면면을 살피는 유권자의 눈은 더욱 분주하고 밝을 필요가 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꿈꾸며 후보로 나선 이 때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믿음이 매우 깊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도 그를 보고 몹시 기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는 거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거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대하되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았고, 사람의 겉모습에 머물지 않고 그의 깊은 곳을 살폈으며, 누구를 만나든 그를 용서했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느 날 천사가 그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에게 보내셨다. 무엇이든 청하기만 하면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치유의 능력을 받고 싶은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하느님께서 친히 치유하시기를 바랍니다.”
“죄인들을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고 싶은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닙니다. 그건 천사들의 일입니다.”
“덕행의 모범이 되어 사람들이 본받고 싶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관심의 중심이 될 테니까요.”
“그러면 너는 무엇을 바라느냐?”
“하느님의 은총을요. 은총만 있다면 저는 제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가진 것입니다.”
“안 된다. 어떤 기적을 원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한 가지를 억지로라도 떠맡겨야겠다.”
“정 그러시다면 이걸 청하겠습니다. 저를 통해서 좋은 일들이 이루어지되, 제 자신이 알아차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그래서 그 거룩한 사람의 그림자가 생길 때마다 그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조건으로 그곳이 치유의 땅이 되도록 결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성인을 통해 수많은 은총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자기는 잊힌 채 자기를 통해서 좋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성인의 소원은 충분히 성취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꿈같은 이야기라는 걸 잘 압니다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을 통해 좋은 일들이 이루어지되 저 자신이 알아차리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마음을 가진 후보를 만나고 싶은 기대를 아주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2007.11.2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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