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해인 › 새해 아침에

이해인 | 2012.12.31 23:46:0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123. 새해 아침에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
그 순결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줏빛 끝동을 단다
아름다운 사랑아  ⓒ이해인(수녀) <사계절의기도/분도>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