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현주 › 다만 오늘

이현주 | 2021.05.22 08:50:1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현주2815.<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22.다만 오늘


며칠 전 꿈에는 은빛 높은 트럭에 어머니가 앉아 계시는데 함께 타려다가 바퀴가 너무 커서 아무리 용을 써도 탈 수 없더니, 간밤엔 죽은 사람들이 아예 떼로 몰려오는 꿈의 연 속이다.
북산北山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촛불을 밝힌다. 어찌된 영문인지 심지에 불이 댕기지 않는다. 교인들이 밖에서 뭐라고 소리친다. 떠밀리다시피 교회를 나오자 북산이 뒤따라오며, "너하고는 소통이 되지 않는구나" 한다. "그렇지. 너는 죽음 고개를 이미 넘어 거기 있고 나는 아직 여기 있거늘 어찌 둘 사이에 소통이 가능하겠느냐"고 답한다. 그가 뒤따라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돌아서서 그의 존재를 확인하지는 않는다. 여러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데 돌연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며 맥없이 빠지고 ‘음,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걱정 마시오. 이 사람 아주 선명한 의식으로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난다.
정향이 다가와 짠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혀를 내밀어 눈물을 닦아 주려 하지만 안경에 걸려 혀가 눈물에 닿지 않는다. 순간 이 사람 지금 저세상 사람인데 혀가 눈에 닿았으면 그대로 갈 번했구나' 번개같은 생각과 함께 꿈에서 깨어난다. 아무렴, 삶과 죽음 사이는 백지장이라, 다만 오늘 하루 순간마다 착실히 살아갈 뿐.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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