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김장 찬송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8 추천 수 0 2021.10.22 21:26:55
.........

[시골편지] 김장 찬송


포도주를 건배할 때나 ‘주여 삼창’을 있는 힘껏 하지만 교회에서 해본 적은 없다. 목사가 등장할 때 보통 손을 들어 할렐루야를 외치는데, ‘할렐루야 축구단’도 해단한 마당에 아무 때나 할렐루야를 외칠 일도 아님이렷다. 어려운 성경을 풀어 설교를 할라치면 노동으로 피곤한 신자들 졸릴까봐 재미난 옛이야기도 한 토막씩 곁들였다. 설교를 짧게 하면 헌금 아깝다고 더하라는 분도 계셨다. 그래도 설교와 기도는 짧게 해야 박수받는다.
언젠가 고모가 원장인 기도원에 한번 가봤다. 고모는 피아노로 찬송가를 연주하다 갑자기 방언 기도를 시작했다. 피아노 의자에 앉은 채로 박수를 치더니 냅다 기세를 몰아 건반을 쾅쾅쾅 두들기는 통에 시끄러워 도망쳤다. 이쪽 업계 말로 ‘영이 달라’ 나는 더 이상 기도원 같은 곳엔 얼씬도 안 한다. 조용한 교회에서 자랐고, 남들 보기 시끄러웠겠지만 나로선 오지에서 조용히 목사질(?)을 했다.
교회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김장날. 굴과 젓갈이 담뿍 든 호남식 배추김치 담그던 날의 풍경이다. 신자들은 교회 김장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볶은 참깨가 남아 돌 정도. 수육을 삶고 권사 집사님들과 둘러앉아 김추자 권사님(?) 메들리를 부르면서 점심도 같이 나눴는데, 성찬식 포도주를 다 먹어버렸대서 잠시 미움을 사기도 했다. 찬송가 ‘만세 반석 열리니 내가 들어갑니다’ 김장독에 김장김치를 집어넣을 때 장례노래를 부르니 또 죽는다고들 깔깔. 오! 천국의 기억.
참, 천국 말고 극락의 기억도 있다. 절집 공양주 보살님이랑도 친했다. 절집 김장도 해마다 얻어먹었지. 절집 김장은 다소 싱거웠으나 시원 담백. 김치냉장고에는 교회 김장 곁에 절집 김장이 나란히 있기도 했다. 천국 아니면 극락. 김장 김치와 된장국에 밥을 먹으면 김치 맛을 못 보셨을 예수와 부처가 좀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빵과 카레로 어찌 해장이 되겠는가.
임의진 목사·시인
2020.11.2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85 이현주 복된 사람 (눅11:27-28) 이현주 2022-10-28 47
11984 이현주 벙어리 귀신을 쫓아내심 (눅11:14-26) 이현주 2022-10-28 34
11983 이현주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눅11:5-13) 이현주 2022-10-28 37
11982 이현주 기도를 가르쳐 주심(눅11:1-4) 이현주 2022-10-28 43
11981 이현주 마르다와 마리아 (눅10:38-42) 이현주 2022-10-28 39
11980 한희철 저만치와 더러는 한희철 2022-10-26 36
11979 한희철 어떤 출판기념회 한희철 2022-10-21 44
11978 한희철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한희철 2022-10-19 51
11977 이현주 누가 내 이웃인가? (눅10:25-37) 이현주 2022-10-17 48
11976 이현주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 (눅10:23-24) 이현주 2022-10-17 45
11975 이현주 총명하고 유식한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눅10:21-22) 이현주 2022-10-17 27
11974 이현주 돌아온 72제자 (눅10:17-20) 이현주 2022-10-17 32
11973 이현주 파송한 72제자 (눅10:1-16) 이현주 2022-10-17 33
11972 이현주 머리 둘 곳 (눅9:57-62) 이현주 2022-10-17 34
11971 이현주 배척 받은 이유 (눅9:51-56) 이현주 2022-10-17 27
11970 이현주 같은 편 (눅9:49-50) 이현주 2022-10-17 22
11969 이현주 누가 큰 사람인가 (눅9:46-48) 이현주 2022-10-17 26
11968 이현주 수난 예고 (눅9:44-45) 이현주 2022-10-17 23
11967 한희철 몸도 마음도 가볍기를 한희철 2022-10-12 46
11966 한희철 사랑만이 약입니다 한희철 2022-10-11 45
11965 한희철 한 고집, 한 우물 파기 file 한희철 2022-10-10 47
11964 한희철 나비를 놓친 아이 한희철 2022-10-06 34
11963 이현주 아이를 고쳐주심 (눅9:37-43) 이현주 2022-10-04 31
11962 이현주 산상변화 (눅9:28-36) 이현주 2022-10-04 36
11961 이현주 나와 함께 가려면 (눅9:18-27) 이현주 2022-10-04 39
11960 이현주 오병이어 (눅9:10-17) 이현주 2022-10-04 41
11959 이현주 당황한 헤롯 (눅9:7-9) 이현주 2022-10-04 31
11958 이현주 열두 제자 파송 (눅9:1-6) 이현주 2022-10-04 26
11957 이현주 회당장의 딸 (눅8:40-56) 이현주 2022-10-04 35
11956 이현주 귀신을 쫓아내심(눅8:26-39) 이현주 2022-10-04 28
11955 이현주 풍랑을 잠재우심 (눅8:22-25) 이현주 2022-10-04 33
11954 이현주 어머니와 형제들(눅8:19-21) 이현주 2022-10-04 28
11953 한희철 나락을 지키지 못하면 나락에 빠진다 한희철 2022-09-28 34
11952 한희철 하찮아 보이지만 소중한 것 한희철 2022-09-22 69
11951 이현주 숨겨놓은 것은 들키게 마련이고(눅8:16-18) 이현주 2022-09-22 4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