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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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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28.<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35.'사람'이 끝나는 날
사람이 탈 수 있는 건 거의 다 타 본 것 같다. 말, 낙타, 자전거, 열차, 버스, 유람선, 비행기까지. 목적이 있다면 (나중에야 생각난 거지만) 세상 구경이다. 아니, 세상 구경이라기보다 사람 구경이다. 하룻밤 사이에 볼 수 있는 사람은 다 본 것 같다. 아니, 보지 못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아기한테 젖 먹이는 여인, 삿갓 쓰고 지팡이 짚고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노인, 콩밭에서 괭이질하는 농부, 사슴 떼처럼 벌판을 달려가는 병사들, 피리 부는 애꾸 소녀, 어선에서 도시락 먹으며 웃는 어부들, 염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자동차 세워 놓고 오줌 누는 남자, 닭똥 같은 눈물 흘리고 있는 계집아이, 투우장에 서 황소 등에 칼 꽂는 투우사, 썩은 이 뽑고 활짝 웃는 노파, 시장에서 멱살 잡고 싸우는 남자들과 그들을 말리면서 구경하는 사람들, 배가 왕산만큼 부른 임산부, 흑판에 백묵으로 아라비아 문자를 그리고 있는 여선생, 승용차 운전하면서 노래하는 젊은 이, 뭐에 삐져서 볼이 잔뜩 부어오른 아이, 고양이하고 뽀뽀하는 아가씨, 혼자서 마라톤 뛰는 중년 여인, 벌거숭이 몸으로 격렬하게 사랑하는 두 남녀, 바위틈으로 거미처럼 기어오르는 붉은 모자의 산악인, 부둣가에서 하염없이 수평선 바라보며 울고 있는 수녀··· 이 밖에도 무수한 사람들을 보았는데 기억이 여기 까지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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