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현주 › 할 말이 없다

이현주 | 2021.03.18 11:00:2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현주2763.<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70.할 말이 없다


길모퉁이에서 한 여인이 고흐의 소묘처럼 얼굴 을 무릎에 묻고 운다. 재수 없게 웬 여편네가 남의 동네에 와서 우느냐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역정을 낸다. 어디선가 일기예보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하늘이 무겁고 비나 눈이 내리겠습니 다!" 여기쯤에서 꿈을 벗는다.
거의 동시에 누가 속삭이듯 말한다. "하늘이 무겁다? 어디 있지도 않은 것이 무슨 수로 무겁고 가볍고 그런다는 거냐? 무거운 건 하늘이 아니고 거기 있는 공기나 구름이나 뭐 그런 것들이겠지." 맞다.
그렇다면 저 무릎에 얼굴 묻고 우는 건 여인인가, 여인 속에 있는 무엇인가? 저렇게 역정을 내며 구시렁거리는 건 늙은이인가, 늙은이의 버릇인가? 여인의 속에 있는 그 무엇은 본디 여인의 것인가? 늙은이의 버릇은 늙은이 혼자서 만든 것인가? 저 허공에 나부끼는 건 깃발 인가, 바람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인가? 어떻게 물어도 답은 '어느 것도 아님' 혹은 '모두임'이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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