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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 2022.07.14 19:39:5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진짜는 항상 아름답다

 

자신에게 찾아온 고난을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들여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낸 사람,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따금씩 마음이 눅눅해진다 싶을 때 꺼내드는 책 중에는 장영희 교수의 <내 생애 단 한 번>이 있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라 해도 삶을 허투루 살아서는 안 되며, 쉽게 절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벨벳 토끼>라는 서양 동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말 인형과 장난감 토끼가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진짜’ 토끼가 되고 싶어. 진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잠자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새로 들어온 장난감 토끼가 아이의 오랜 친구인 말 인형에게 물었습니다. “진짜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건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야.” 말은 토끼에게 대답을 들려줍니다. 그냥, 저절로,라는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아파야 해?” 다시 토끼가 물었을 때, “때로는 그래. 하지만 진짜는 아픈 걸 두려워하지 않아.” 말이 들려주는 대답이 그윽합니다. 토끼는 궁금한 것이 많았고, 말은 때마다 대답을 합니다.

“진짜가 되는 일은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야? 아니면 태엽 감듯이 조금씩 조금씩 생기는 일이야?” “그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야.” “그럼 진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아이가 진정 너를 사랑하고 너와 함께 놀고, 너를 오래 간직하면, 즉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 너는 진짜가 되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토끼가 마지막 질문을 말에게 합니다.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어쩌면 토끼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던 것이겠지요. 말이 들려주는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깨어지기 쉽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고, 또는 너무 비싸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장난감은 진짜가 될 수 없어. 진짜가 될 즈음에는 대부분 털은 다 빠져 버리고 눈도 없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져 아주 남루해 보이지. 하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아. 왜냐하면 진짜는 항상 아름다운 거니까.” 

왜 그럴까요, 말의 마지막 대답을 대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진짜가 될 즈음에는 대부분 털은 다 빠져 버리고 눈도 없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져 아주 남루해 보이지만 그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진짜는 항상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말은 우리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진실이라 여겨집니다.

진짜가 되는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어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너덜너덜 모습이 초라해집니다.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모습이 그러하고, 한평생 함께 살아온 부부의 모습이 그러하지요.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진짜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짜가 된다면 겉모습이 어떠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진짜는 항상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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